
이병만 대표는 창업주인 이경수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5년 코스맥스에 입사해 2020년부터 경영 일선에 나섰다. 그는 코스맥스 대표였던 시절 3년간 중국 시장 확대, 일본법인 설립, 디지털 전환 등을 주도했다. 이후 2023년엔 코스맥스비티아이로 자리를 옮겨 지주사 대표로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차남인 이병주 대표는 이번에 코스맥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로만 남게 됐다.
이병주 대표는 2014년부터 코스맥스USA의 최고재무담당자(CFO)와 최고운영담당자(COO) 등을 역임하며 미국법인을 책임져 왔다. 2023년부터는 코스맥스 대표로 선임돼 사상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20년 동생보다 먼저 코스맥스 경영권을 쥔 이병만 대표는 2023년 동생 이병주 대표에게 키를 넘겨줬다가 2년 만에 다시 찾게 됐다.
코스맥스그룹의 승계 작업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그해 7월부터 이듬해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34.02% 중 10.95%를 사업회사인 코스엠앤엠과 레시피에 나눠 매각했다.
당시 코스엠앤엠은 이병만 대표, 레시피는 이병주 대표가 각각 지분 80%를 보유한 회사였다. 이 회장의 매각에 따라 이병만·이병주 대표의 실질적인 지주 지분은 각각 8.35%, 8.24%로 나란히 늘어났다.
이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2세 경영이 시작되면서 승계 판도가 엎치락뒤치락했다. 초반엔 차남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이 회장은 2020년 지주사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이병주 대표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듬해엔 이 회장이 코스엠앤엠을 인수하면서 이병만 대표의 지주 지분율은 3.00%로 떨어졌다.

추가로 이병만 대표는 레시피가 보유한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5.47%를 인수하며 19.95%까지 지주 지배력을 확대했다. 같은 해 이병주 대표는 이 회장으로부터 지주 지분 5.83%를 매수하고, 1.92%는 증여받아 지분율을 총 10.52%까지 늘렸다.
여기에 이병주 대표는 2023년 말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 9.43%를 가진 코스엠앤엠의 최대주주(지분 100%)로 올랐다.
코스엠앤엠은 당초 장남이 주인인 회사였지만, 이 회장이 2021년 100% 지분을 인수해 수중에 넣었다가 다시 차남 품에 안겼다. 차남이 주인이었던 레시피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상태에서 2021년 이 회장이 인수와 함께 지금껏 떠안고 있는 그림이다.
직접 지분만 보면 이병만 대표가 앞서나 코스엠앤엠을 통한 우회지분까지 감안하면 두 사람의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에 대한 실질 영향력은 19.95%로 같다.
지분 구도 변화와 함께 2023년은 전문경영인들이 대표 자리에서 모두 내려오면서, 견습 단계에 머물러 있던 형제경영이 본격적인 의사결정 구도로 넘어간 원년이기도 하다.
코스맥스는 이병만 대표가 지휘하던 시절 코로나19 시기였음에도 중국 등에서 글로벌 존재감을 키워 실적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미국 법인은 설립 이후 2014년 41억 원의 손실을 낸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 누적 순손실만 2650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병주 대표는 지난 2017년 미국 색조 화장품 제조기업 ‘누월드’를 인수해 반등을 꾀했지만 적자 폭은 되레 더 커졌다. 지난해 코스맥스USA의 순손실은 322억 원이다.
남은 건 코스맥스비티아이 최대주주이자 형제의 모친인 서성석 회장의 지분 승계다. 서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은 21.62%에 이른다. 그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언제든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영 성과가 다시 한 번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병만 대표는 해외진출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상하이 신사옥 건설이 끝나면 관련 조직을 가동해 1100여 개에 달하는 기존 중국 고객사 수를 늘려 ‘제 2의 도약’을 이뤄내겠단 구상이다.
이병주 대표는 CJ그룹 출신 유통 전문가 허민호 코스맥스비티아이 부회장과 합을 맞춘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국내외 6개 법인이 실시간 소통하며 글로벌 고객사 대응 능력을 체계화하는 컨트롤타워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코스맥스그룹 관계자는 “신임 대표들은 그동안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 성장에 기여해왔다”며 “기존 대표들은 물론 외부 선임 인사들까지 더해 K뷰티 세계화와 그룹 성장에 새로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