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건설 현장. / 사진=한국금융DB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는 지난 19일 개최한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앞서 첫 번째 입찰설명회 때 총 6개 업체(삼성물산·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현대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가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신반포4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당시도 유사한 흐름이다. 당시 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사들과 금호건설, 진흥기업 같은 중견사가 참석했다. 다만 실제 입찰에는 삼성물산만 응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우수한 입지와 대규모 재건축 계획으로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았음에도 중견사는 끝내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3사 브랜드가 아니면 일부 조합에서 소통 자체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정비사업은 건설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비수도권에 비해 주택 수요가 안정적이고 정비사업을 통해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하면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유리하다.
직방 김은선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못해 중견건설사들이 사업에 관심이 있어도 수주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이 문제가 중소 건설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수주를 따내야 하는데, 대형건설사 수주가 반복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최종 시공사로 포스코이앤씨가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시공능력평가 7위인 포스코이앤씨와 32위인 두산건설 간 경쟁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양 사 규모 차이에도 두산건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두산건설은 3.3㎡당 635만원이라는 낮은 공사비를 제시했고 착공 이후에도 공사비를 고정해 물가 상승에 따른 조합원의 추가 부담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3.3㎡당 698만원, 공사 기간 59개월을 제안했고 특화 설계와 함께 ‘더샵’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했다.
결과는 브랜드 영향력이 금전적 조건을 앞섰다. 수요자들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향후 아파트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인지도가 높은 건설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견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규 주거 브랜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HL디앤아이한라, 반도건설은 각각 ‘에피트(EFETE)’, ‘카이브 유보라’라는 새로운 주거 브랜드를 출시하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금호건설도 이미 기존에 ‘어울림’과 ‘리첸시아’ 브랜드를 선보였던 바 있다. 금호건설이 지난해 공개한 ‘아테라’는 ‘예술(ART)’과 ‘대지(TERRA)’ 그리고 ‘시대(ERA)’를 조합한 단어로, 삶의 공간인 집을 ‘대지 위의 예술’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브랜드’가 지니는 힘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단지 내 조경 및 커뮤니티 시설 역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각 브랜드만의 개성과 분위기에 맞는 차별화된 상품을 공개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결국 중견사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대형사와 다른 차별화된 점을 시장에 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상현 한국금융신문 기자 h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