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가 개발 중인 광범위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CP-COV03(개발명 제프티)가 베트남 보건당국으로부터 임상 2·3상 승인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뎅기열과 지카 등 모기 매개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인플루엔자A에 이르기까지 병리 기전이 상이한 감염병을 하나의 약물로 동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이번 임상은 뎅기열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한 2상 파트1과 이 결과를 기반으로 자동 전환되는 3상 구조로 설계됐다. 지카, 치쿤구니야 등 유사 바이러스 감염병은 동일한 프로토콜 내에서 개별적으로 2상을 병행하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A 환자군까지 포함한다.
이는 특정 질환 중심이 아닌 감염병 전반에 대한 통합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임상 시험의 틀을 벗어난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2상 파트1에서 치료 유효성이 확보되면 베트남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긴급사용승인 및 조건부 시판 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프티는 기존 구충제였던 니클로사마이드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기술(DDS)을 통해 생체이용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경구용 제형이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자가포식작용(오토파지)을 통해 세포 내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과 증상 개선 효과를 사전 입증했다.
제프티는 저소득 국가에서도 투약이 가능한 경구 제형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보건 형평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베트남 임상을 시작으로,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감염병 고위험 지역에서의 글로벌 임상 확대와 국제기구 협력 전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병준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번 임상 승인은 범용 항바이러스제의 실현 가능성을 공식 인정받은 첫 사례로 업계 모두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라며 “감염병 대응의 결정적 순간에 누구나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공공의료 시스템은 전혀 다른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