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커 장비에 들어가기 전 대기 중인 '센티아' 패키징 자재 모습.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지난 8일 오전 한국필립모리스 경남 양산공장을 찾았다. 공장은 약 7만㎡(2만1000평) 부지로, 연간 4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앞서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 이하 PMI)은 지난 1989년 한국에 법인을 세웠고, 2002년 경남 양산에 공장을 만들었다. 양산은 부산항과 경부고속도로, 김해공항과 인접해 수출에도 유리하다. PMI는 현재까지 이곳 양산공장에만 4억8000만 달러(약 7000억 원)를 투자했다.
양산공장은 글로벌 담배 1위 기업인 PMI의 탁월한 기술력과 한국필립모리스만의 꼼꼼한 추진력이 응축된 제조시설이다. PMI의 지난해 연 매출은 379억 달러(약 56조 원)로, 세계 180개 국가에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공장만 51곳에 달하며, 전체 인력은 8만 명이 넘는다. PMI의 대표 연소 제품으로는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버지니아 슬림 등이 있다. 비연소 제품에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인 ‘아이코스’를 필두로, 전용 타바코 스틱인 테리아와 센티아 등이 유명하다.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에서는 연소 제품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비연소 제품인 테리아 18종과 센티아 4종이 생산된다. 특히 PMI 글로벌 공장들과 견줘도 양산공장 제품은 폐기율이 0.01%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이에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양산공장에 경영시스템인증(ISO-9001), 환경경영시스템인증(ISO-14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증(ISO-45001)을 부여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글로벌 본사인 PMI의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대표성 있게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다.
PMI는 지난 2014년 ‘아이코스’를 출시한 후 비연소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년 뒤에는 현재의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그룹 비전으로 제시했다. PMI 비연소 제품 개발 연구 인력만 1586명에 이른다. 그 결과, PMI 전체 매출에서 비연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게 됐다. 이는 지난해 PMI 전체 매출 379억 달러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150억 달러(약 22조 원) 수준이다.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 전경. /사진=한국필립모리스
먼저 프라이머리 공정은 비연소 제품 제조를 위한 첫 번째 단계다. 여기서는 담뱃잎과 줄기를 최초로 가공해 핵심 원료인 ‘캐스트 리프(Cast Leaf·일종의 담배 시트)’를 생산한다. ‘슈레더(Shredder)’는 종이 파쇄기처럼 담뱃잎을 잘게 풀어주고, ‘UPZ 그라인더(Grinder)’는 담뱃잎과 줄기를 섞어 잘게 부순다. ‘CGL(Coarse Grinding Line·초벌 가공 라인)’은 담뱃잎과 줄기를 배합비에 맞춰 혼합한 후 재차 분쇄한다.
이렇게 탄생한 ‘캐스트 리프’는 세컨더리 공정으로 넘어가 완제품으로 다듬어진다. 세컨더리 공정에서는 ‘크림퍼(Crimnper)’가 ‘캐스트 리프’를 막대 형태로 접어 토바코 플러그(스틱에서 필터를 제외한 막대 형태의 담배 부분)로 바꿔놓는다. 이어 ‘컴바이너(Combiner)’는 크림퍼에서 생산된 토바코 플러그와 필터 공정에서 생산된 필터들을 한데 모아 스틱으로 만들고, 끝으로 ‘패커(Packer)’가 20개의 스틱을 1갑으로, 10갑을 1보루로, 50보루를 1상자로 포장한다.

한국필립모리스 정창권 양산 공장 엔지니어링부문 총괄 이사와 차용준 양산 공장 생산부문 총괄 이사, 김기화 커뮤니케이션 총괄 상무가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손원태 기자
이달엔 아이코스 전용 타바코 스틱인 센티아를 선보였다. 기존 테리아와 함께 비연소 제품 확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PMI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기치로,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비연소 제품에만 140억 달러(약 20조 원)를 쏟아부었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PMI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의 약 99%가 비연소 제품에 투입됐다.
PMI는 2030년까지 순매출의 70% 이상을 비연소 제품으로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 기준 PMI 비연소 제품을 사용하는 흡연자 수는 전 세계 95개 국가에서 3860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반 담배를 완전히 끊고, 아이코스로 전환한 사용자 비율이 70%가 넘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흡연자 5명 중 4명이 여전히 일반 담배를 피우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 한국필립모리스는 국내 시장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기기는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입혀 사용자 편의를 도모하고, 타바코 스틱은 담배의 친숙한 맛을 최대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연소에서 비연소로 담배 연기 없는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코스는 유해 성분을 일반 담배 대비 약 95% 줄였을 정도로, 인체에 비교적 덜 유해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윤희경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필립모리스는 말보로로 세계 1위 담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말보로를 과감히 박물관에 보내겠다”며 “필립모리스는 ‘담배 연기 없는 미래’를 꿈꾸면서 비연소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소의 종말을 추진하고 있으며,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를 끊도록 돕기 위해 더 나은 제품 개발에 몰두해 나가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