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7.22포인트(5.57%) 하락한 2,328.20으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며, 투자심리 위축이 극단으로 치달은 결과다. 장 초반부터 4% 넘게 급락 출발한 지수는 장중 한때 2,330선 아래로 밀리며 변동성을 키웠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2조957억 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강타했다. 기관은 2,571억 원 규모로 매수에 나섰지만 방어에 한계가 있었고, 개인 투자자들은 1조6,721억 원을 순매수하며 바닥을 떠받쳤다. 그러나 전체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1조5천억 원에 가까운 순매도가 나타나며 매도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 전반이 급락했던 이날,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2.05%)만이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이외에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0.00%), KODEX 머니마켓액티브(+0.01%),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0.01%) 등 일부 ETF들이 보합권에서 움직였으나, 이는 개별 종목이 아닌 금리나 지수 등에 연동된 상품으로, 시총 상위 ‘종목’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머지 종목 대부분은 전방위적 투매에 휩싸이며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줄줄이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5.17% 하락한 53,2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9.55% 급락했다. LG화학(-6.97%), 삼성바이오로직스(-5.71%), 현대차(-6.62%), 셀트리온(-5.46%) 등 대형주는 대부분 4~10% 사이의 낙폭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8.55%)와 HD한국조선해양(-8.73%), HD현대일렉트릭(-12.54%) 등 방산 및 중공업 관련주도 동반 급락했다.
특히, 코스피200 구성 종목 중 90% 이상이 하락 마감했고, 이 중 절반 가까이는 5% 이상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기아, LG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줄줄이 무너졌다. 일부 방어주로 꼽히던 금융주조차 KB금융(-6.95%), 메리츠금융지주(-5.66%), 삼성화재(-2.59%) 등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거래소에서 상한가 종목은 전무했고, 하한가 또는 8% 이상 급락한 종목은 60개를 넘었다. 이른바 '시총 상위 대참사'로, 코스피 시가총액 1,000조 원대가 무너지며 단 하루 만에 약 60조 원 이상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KB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꺼내든 관세 카드는 미중 무역전쟁을 넘어선 글로벌 무역 붕괴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증시는 외환 및 주식시장에서 동시다발적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반도체, 조선, 화학 등 주력 산업군에 대한 해외 수요 위축과 마진 압박이 예상된다"며 "상호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단기 조정이 아닌 구조적 충격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시총 상위 기업들이 먼저 무너지는 흐름은 유동성보다 심리 충격이 훨씬 크다는 것을 뜻한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에 대비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는 현재 트럼프의 강경 무역정책과 함께 글로벌 금리, 환율, 유가 등 복합 악재에 직면해 있으며,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동반 급락은 단순한 수급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의 경고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