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버추얼휴먼, 일상 속 또 다른 자아의 부상](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0517531002535dd55077bc212411124362.jpg&nmt=18)
필자의 경우, 버츄얼휴먼을 모르던 2021년, 신한라이프 홍보 담당 전무님이 자신의 딸이라며 ‘로지’영상을 보내왔을 때 로지가 정말 전무님 딸인 줄 알았다. 당시만도 가상인간 관련 정보가 부족한 시절이었다. 가상인간은 손으로 만질 수도, 직접 만날 수도 없는 가상공간에 있다. 우리 일상도 가상인간과 불가분 관계다.
그들을 만나려면 가상공간 즉, 메타버스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그리스어로 초월, 가공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 Universe'의 합성어다. ICT 기술이 '현실같이 구현된 가상 세계'인 것이다.
실제, 만나지 않아도 현실에서 만나는 것 같다.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도 지닌다. 메타버스 안은 공간을 주도할 인간 같은 주체를 요한다. 그 주체가 바로 버추얼휴먼이다. 버츄얼휴먼은 최근, 광고 모델은 물론 MC, 가수, 애널리스트, 과학자 등 다양한 영역서 활동한다.
이들에게는 높은 개런티를 줘야하거나 스캔들 문제가 없다. 다치거나 사고날 위험도 없다. 기업 입장에선 가성비가 좋다. 얼마든지 소비자 취향과 요구를 반영한다. 소비자들도 버츄얼휴먼을 통해 평소 잘 모르는 브랜드나 트랜드를 접한다. 버츄얼휴먼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 때 처음 등장해 메타버스가 시작된 2020년 전후로 널리 퍼졌다. 1996년 일본에선 ‘다테 교코’란 사이버 아이돌이, 1998년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이 한국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대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인간의 모습 구현에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등장한 2020년 전후, 버추얼휴먼은 다시 화두가 됐다.
메타버스란 공간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나를 대신할 또 다른 내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버추얼휴먼이다. 버추얼휴먼은 점차 가상 인플루언서로 발전한다. 인간이 아닌 가상의 존재가 이제 디지털세상에서 인플루언서가 된다. 해외에선 ‘릴 미켈라’나 ‘이마’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국내에선 ‘오로지’가 유명하다. 로커스엑스가 MZ세대의 선호 얼굴형을 모아 3D 합성 기술로 탄생시킨 오로지는 광고에 이은 앨범까지 내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버추얼휴먼은 가상공간에 대한 관심도 키웠다. 나의 정체성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가상공간에서 어떻게 활동할지, 가상의 존재가 얼마나 인간과 비슷할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 최초 디지털 모델인 슈두는 유럽의 가상 패션모델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다. 슈두는 실제 사람으로 착각될 정도로 정교하다.
버추얼휴먼은 얼굴 동공의 움직임, 미세한 얼굴 근육 및 주름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페이스 리깅 기술과 신체 전체에도 리깅을 적용한 자연스러운 관절 움직임을 보인다. 목소리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성우가 더빙하듯 생생하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고 노래하는 버츄얼휴먼은 전 세계적 관심과 이목 속에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진출했다. 브이튜버의 경우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가상의 존재다. 현재까지 수익성이 가장 좋은 버추얼휴먼이다. 브이튜버 ‘루시아’의 경우 2021년도 당시 유튜브 콘텐츠 구매 플랫폼인 슈퍼챗 랭킹 1위를 차지해 슈퍼챗 수익만 25억 원을 벌었다.
SNS에서는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닐며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버추얼인플루언서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이 화제다. 버추얼인플루언서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광고는 한 개당 1,000만 원이다. 버추얼아티스트 ‘한유아’의 경우, 세상에 없던 매력적 목소리의 음원으로 광동 옥수수수염차의 광고 자리를 꿰찼다. LG가 만든 인공지능AI 아티스트 ‘틸다’는 2022 뉴욕 페스티벌의 ‘The Future Now’에서 금상과 은상을 차지했다.
2025년 기준 버추얼인플루언서 시장규모는 14조원대이다. 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콘텐츠를 결합한 종합적 창작물인 버추얼휴먼은 20세기 전후 등장한 모델에 비해 최근 등장한 경우, 성공 사례가 축적된 만큼 어떻게 진화될지 모른다. 이미 로지, 한유아, 리아, 애나 등은 가수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디지털 앨범까지 내면서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일각에선 버추얼휴먼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사람 같은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선 얼마나 실감 나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지, 과연 다양한 콘텐츠는 만들어 낼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금융상품 관련 자격증을 갖추고 고객을 상담해 주는 버츄얼휴먼을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게 된다. 버추얼휴먼은 더 이상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일상 속에 있다. IT 기술의 발전과 메타버스 시장의 확대, 그리고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릴 때 우리는 가상 세계 일상 속에서 자아실현을 도모하는 또 다른 자아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