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하나는 국내 최초의 비스킷인 크라운산도를 개발한 크라운제과이며, 다른 하나는 국내 최초 과자인 연양갱을 만든 해태제과식품이다. 이후 뽀또와 쿠크다스, 맛동산과 홈런볼 등의 먹음직스러운 과자들이 나오면서 현재까지 제과 왕국 명맥을 이어왔다.
크라운해태의 성공비결로는 끊임없는 맛의 혁신에 있다. 유행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이를 신제품으로 연결하는 기지도 보였다.
여기에는 국내 제과업계 큰 어른인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과자에 대한 남다른 지론이 크게 한몫했다.
업계 얘기로는 윤 회장이 신제품 출시에 앞서 ‘배부를 때 맛있어야 맛있는 과자다’라는 말을 자주 남긴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크라운해태홀딩스의 모든 과자는 기본적으로 맛에 충실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라운해태가 국내 소비 침체 기조 속에서도 지난해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높은 내수 의존도로 유명한 크라운해태임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회사는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1조355억 원에서 1.1% 오른 1조469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710억 원에서 4.8% 준 676억 원에 그쳤다.

▲ 크라운해태 아산공장 준공식
그럼에도 크라운해태가 매출에서 외형 성장을 유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즉석밥이나 라면과 같은 생활필수품이라고 하긴 어려운 제과업 특성상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15세 미만의 유소년 인구가 전체의 10.6%에 그친 만큼 과자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크라운해태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맛있는 과자’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다.
크라운해태는 지난해에만 100여 개가 넘는 신제품을 쏟아냈다. 크라운제과가 비스킷 12개, 스낵 7개, 껌·캔디·초콜릿 11개 그리고 케이크 1개 등 총 31개를 내놓았고, 해태제과식품은 비스킷 27개와 스낵 38개, 껌·캔디·초콜릿 26개, 냉동식품 4개 등 총 95개를 만들었다.
그중 주목할 요소는 시기별로 유행하는 먹거리를 제과로 재빠르게 응용했다는 점이다. 두바이 초콜릿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피스타치오나 2030세대에서 매운맛으로 열풍인 마라탕 등을 과자로 담아냈다. 또한, 국내 농가와 협력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건강식 과자는 중장년층의 입맛을 잡았다.
해태제과식품은 비스킷에서 오예스와 홈런볼, 계란과자 등 스테디셀러 브랜드에 피스타치오를 입힌 신제품을 냈다.
특히 홈런볼에는 초코와 소금우유 두 가지 맛을 한 통에 담은 ‘2MIX’ 제품도 내놨다. 스낵에서는 마라탕 유행에 착안해 ‘구운 마라링’과 극한의 매운맛인 ‘辛당동 불 떡볶이’ 등을 출시했다.
아울러 가수 비비의 히트곡인 ‘밤양갱’에 맞춰 다양한 버전의 연양갱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만 카라멜버터와 들깨버터, 쑥, 애플망고, 홍시, 옥수수 등 색다른 맛의 연양갱이 나왔다.

▲ 홈런볼 피스타치오
여기에 충북 영동 포도를 베이스로 한 ‘빅파이 영동포도’와 충남 공주 밤을 활용해서 개발한 ‘크라운산도 밤티라미수’도 인기다.
크라운해태는 영화관과 협력해 자사 제품들을 팝콘으로도 선보였다. 크라운제과는 CGV와 손잡고 ‘크라운산도 딸기 팝콘’을 만들었고, 해태제과식품은 메가박스와 함께 ‘오사쯔맛 팝콘’과 ‘컨츄리콘 팝콘’을 공개했다.
크라운해태의 모체는 지난 1947년 고(故) 윤태현 창업주가 만든 ‘영일당제과’와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합명회사’다. 윤태현 창업주는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의 아버지다.
두 회사는 크라운산도와 연양갱으로 사세를 확장하다가 지난 2005년 하나로 합쳤다. 해태제과식품이 IMF 외환 위기로 경영난에 시달리자 이를 윤 회장의 크라운제과가 인수했다.

▲ 흑미하임
크라운해태의 여러 과자가 소비자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글로벌로 K제과 확산에 나섰다. 충남 아산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의 대규모 수출 전용 공장을 세운 것이다. 이곳에서는 크라운제과의 콘칩과 죠리퐁, 콘초 등을 만든다. 해태제과식품의 경우 홈런볼과 에이스, 후렌치파이 등을 생산한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은 과거 아산공장 준공식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향해 비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제과 기업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