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는 이재용닫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장 자회사 하만은 지난해 연간 매출 14조2749억원, 영업이익 1조3076억원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등 삼성전자 대표 사업들이 부진한 가운데 기록한 성적이라 더 의미가 있다.
차량용 오디오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한 자동화 운전 공간) 글로벌 1위 하만은 이재용 회장이 미래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2017년 약 9조2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회사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인수합병) 사례 중 최대 규모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인수 이후 몇 년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삼성전자 ‘아픈손가락’ 평가도 받았다. 하만은 인수 첫해인 2017년 영업이익은 574억원을 기록했으며 2018년 1617억원, 2019년 3223억원으로 매년 증가했지만, 인수 직전인 2016년 영업이익 6809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셧다운 여파로 영업이익이 다시 5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전기차 시장이 성장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 추가 등 체질 개선 효과로 점차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하만 영업이익은 2021년 5991억원으로 급증하더니 매년 성장해 2023년 1조173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올해 하만은 새로운 과제가 있다. 바로 급격히 성장한 중국 전장기업들의 거센 추격에서 벗어나 점프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하만은 역대 최대 실적으로 기록했지만, 주력 사업인 디지털 콕핏 글로벌 점유율은 전기차 캐즘(불안감) 현상과 중국 기업들 추격으로 4년 연속 하락세다.
또한 삼성전자도 하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통해 대표이사 직속의 ‘전장사업팀’을 ‘하만지원팀’으로 변경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만 새 대표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가 크리스찬 소봇카 전장사업 부문장(사장)을 선임했다. 기존 전기차뿐만 아니라 미래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분야까지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올해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재용 회장이 상무 시절부터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삼성전자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탑재되는 QD(퀀텀닷)-OLED 개발을 총괄했다.
2020년 OLED 전환을 마무리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34조3000억원, 영업이익 5조8800억원, 당기순이익 6조61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2023년과 2024년 글로벌 IT 기기 수요 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소폭 감소했다.
특히 IT기기 등 중소형 OLED 제품에 최적화된 8.6세대 OLED의 기술력 선점이 핵심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테블릿, 노트북,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애플, 레이저, 인텔 등 다양한 IT 기기 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폰에 이어 테블릿, 노트북도 OLED 전환이 올해 본격화되는 만큼 8.6세대 기술력 선점은 수익성 회복의 분수령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중소형 디스플레이 전문가 이청 중소형사업부장 겸 IT사업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중소형 OLED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청 대표는 2023년 중소형사업부장 당시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 및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청 대표는 “올해는 사업 확대 대전환기로 폴더블 기술 완성, 8.6세대 IT OLED 양산기술 확보, IT·오토 사업 확대를 달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차별화한 성능과 제조 경쟁력을 갖춰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할 진입장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재용 회장이 취임 이전부터 직접 챙긴 사업들이라면 로봇은 취임 이후 새로운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사업 중 하나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를 이끌 미래 사업으로 AI, 바이오, 통신과 함께 로봇 사업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로봇 사업의 최종 단계는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추진하는 보조형 로봇과 달리 가전처럼 일상 생활에서도 만나 볼 수 있는 로봇 생태계를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주목한 회사가 바로 ‘레인보우로보틱스’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04년 세계 최초 2족 보행 휴머노이드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설립한 회사다. 2023년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상증자 참여한 삼성전자는 약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22%를 확보했다. 같은해 3월에는 장외 매수를 통해 278억원을 들여 지분을 14.7%까지 확대하고 콜옵션 계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12월 31일 해당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35.0%로 확대하고 최대주주에 오르는 등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미래로봇추진단 단장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직을 내려놓은 오준호 교수가 자리했다.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모델들을 공개하며 점차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양사는 최근 ‘경비용 로봇’ 사업화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경비용 로봇은 저출생 영향으로 미래 노동력을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이전 새로운 주력 사업을 키워 점차 기술력을 확보해 가겠다는 전략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경비용 4족 로봇 사업화를 새로운 연구과제로 선정하고 성능 고도화 등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당 로봇에 24시간 보안 구역을 순찰하고 경계할 수 있는 팬·틸트·줌(PTZ) 카메라 모듈을 장착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족보행 로봇 ‘RBQ-10’을 선보이는 등 로봇 사업에 대한 현황과 전략을 소개한 바 있다”며 “RBQ-10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