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란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자체 재무 점검 과정에서 정산금 과다 지급, 과소 지급 등 축적돼 온 시스템상의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지난 24일 판매자들에게 시스템 오류 등의 해결을 위해 재정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정산금 지연 소식을 전했다. 발란은 판매자 공지를 통해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해 진행 중인 재무 검증 과정에서 과거 거래 및 정산 내용에 대해 확인할 사항이 발생했다”며 “정산금 계상 및 지급 내역의 정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체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과거 정산 데이터를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산 작업은 26일까지 마치고, 늦어도 28일까지는 파트너사별 확정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한다고 했다.
발란이 정확한 지급날짜 등을 밝혔음에도 판매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티메프 역시 지난해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결국 경영상의 문제인 점이 밝혀진 전례가 있어서다. 이에 판매자들은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를 찾아 정산 요구를 하거나 피해자 단체 채팅방을 만드는 등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 당시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더 논란이 되는 것은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터졌을 때 발란이 그들의 정산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발란은 입점사 증가 소식을 전하며 “근래 빚어진 이커머스 미정산 사태에 불안감을 느낀 파트너사들이 규모가 작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기존 플랫폼에서 이탈해 선두 플랫폼인 발란에 모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발란의 입장을 보면 이미 과거부터 정산 시스템의 오류가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발란 관계자는 “시스템상에 문제가 있어 정리하다 보니 손실된 금액이 컸다”면서 “적자기업이라 무시할 수 없어 넘겨짚고 가고자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발란이 기업회생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란 기업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이라는 글이 게재되면서 불거졌다. 발란 관계자는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산 지연에 기업회생 의혹까지 일면서 발안은 한 달이 채 안 된 사이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사실 명품 플랫폼의 ‘위기’는 꽤 오래 지속돼왔다. 펜데믹 시절 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급성장했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3월 한화갤러리아 출신의 이우창 대표가 설립한 캐치패션이 문을 닫았고, 그해 8월 명품 편집숍 한스타일도 운영을 종료했다. 이어 12월에는 이랜드글로벌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올 초에는 명품 프리 오더 플랫폼 ‘디코드’가 모습을 감췄다.
어려움 속에서도 명품 플랫폼의 대표 3사인 발란과 머스트잇, 트렌비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번 발란의 미정산 사태로 업계 위기는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란을 포함해 상위 3사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발란은 99억 원, 머스트잇은 78억 원, 트렌비는 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은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의미 있는 개선까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3사가 2024년 역시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과 머스트잇, 트렌비 등의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은 375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9245억 원) 대비 59% 감소한 수치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긴 힘들 것 같다”며 “지난해 티메프 사태로 기저에 셀러들의 불안감이 깔린 데다 경기 침체로 명품 수요도 줄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산 지연 이슈까지 생겨 업계 위기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