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 중인 유영상 대표. / 사진=SKT

이는 SK그룹이 지난해부터 AI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 중 AI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SKT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유영상 SKT 대표도 올해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돈 버는 AI 사업자’로의 전환을 완수한다는 구상이다.
SKT는 26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제41회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영업보고와 2024년 재무제표 승인, 이사선임 안건 등을 의결했다.
SKT는 이날 이사선임 안건을 통해 강동수 SK PM 부문장을 신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통상 기타비상무이사는 그룹 모회사나 지주사의 인물이 자리해 계열사의 사업 전략과 경영 감시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선임 인물에 따라 회사의 올해 사업 방향과 기조 등을 유추할 수 있다.
강동수 부문장은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셜밸류(SV) 추진팀 임원 ▲SK에너지 솔루션&플랫폼추진단장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SK그룹사의 신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 등을 관리한 인물이다. 현재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을 이끌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강동수 부문장은 그룹 포트폴리오 관리를 총괄하는 전략, 재무 전문가"라며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신, AI 사업 영역에서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수 부문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은 SK그룹이 올해 본격적으로 SKT의 AI 사업 확장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SKT는 SK그룹의 전통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 SK이노베이션 출신인 김양섭 CFO와 이성형 SK CFO를 각각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SK그룹이 AI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만큼 계열사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고 있는 SKT의 AI 컴퍼니 전환 전략을 위한 재무 관리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도였다.

SKT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강동수 SK PM부문장. / 사진=SK이노베이션
실제 SKT는 지난해 비용관리와 AI 중심 사업 정리에 집중하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 증가한 1조8234억원를 기록했다. 매출도 17조9406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9% 늘었다. 통신업계가 성장 둔화세에 빠진 가운데 경쟁사들 대비 유일하게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AIX사업부, AI DC사업부 등 AI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올해 SKT는 2조3000억원대 현금성자산을 기반으로 AI 투자에 나서는 등 본격 AI 수익화에 도전한다. 신사업과 투자 전략에 능통한 강동수 PM 부문장의 시너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유영상 대표가 강조한 AI 인프라 전략 사업 추진에 있어 SK하이닉스, SK C&C 등 그룹사와의 가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SKT는 앞서 지난 24일 글로벌 AI 최적화 전문 스타트업인 ‘투게더AI(together.ai)’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등 AI 사업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도 앨리스그룹과 AI 데이터센터 모듈러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글로벌 자동화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과도 AI 데이터센터 시스템 분야 협력을 선언했다.
AI 수익화의 핵심인 AI 에이전트 사업은 올해 출시가 예정된 AI B2B 에이전트 ‘에이닷 비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화 실현에 나선다. 또 최근에는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에이닷 고도화를 발표했으며 북미 시장을 겨냥한 ‘에스터’도 연내 현지 출시할 계획이다.
유영상 대표도 향후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기업에 대한 투자와 사업발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영상 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올해 AI 데이터센터, AI B2B, AI 에이전트 에이닷 등 3가지를 핵심 삼아 돈을 버는 'AI 공급자'가 되겠다”며 “"AI 성과를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시기로 AI 투자, 사업 협력을 통해 실제 결과물을 보여주고 시장에서 인정받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 모든 역량을 SKT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퍼플레시티, 엔트로피 등과의 제휴를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처럼 다양한 기업들과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에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