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츠금융그룹 홈플러스 익스포저./출처=나이스신용평가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날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4.2~4.7%로 제시했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대표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맡았으며 메리츠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조달한 자금 전액을 자본적정성 제고에 쓸 계획이다. 금융업권 전반 자본확충 이슈가 있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의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에 메리츠금융그룹 주력 자회사들도 긴장한 상태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은 지난해 홈플러스에 3년만기 조건으로 합산 기준 총 1조3000억원 규모 리파이낸싱 자금을 지원했다.
메리츠금융 계열 3사는 홈플러스에 부동산 담보, 선순위로 자금을 빌려줬다. 홈플러스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도 메리츠금융 계열사들이 돈을 환수하지 못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과거 증권사들의 우발부채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메리츠증권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발부채 비율이 여타 증권사 대비 현저히 높았던 탓이다. 이는 ‘증권업’ 측면에서만 바라본 잘못된 해석이었다.
‘통합 메리츠’ 출범 이후에는 유연한 자금이동과 대규모 재원 등을 기반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만년 저평가’ 수식어를 달고 사는 국내 금융사들과는 달리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지속 상승했다. 그 결과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이재용닫기

통합과 성장 과정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메리츠금융그룹의 공격적인 투자 등은 통합 이후 더욱 강해졌다. 홈플러스는 물론 롯데그룹 유동성 지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고려아연의 1조원 사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메리츠금융이 인수했다. 몸집 만큼 거래규모 단위도 커진 셈이다.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리파이낸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통업’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부동산 부문에만 집중했고 최악의 경우 직접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업회생은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자금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고 이자 등 수익성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그 해결 과정에서 충당금과 자본적정성 문제가 발생하면 메리츠금융 역시 단기든, 장기든 외부조달에 추가로 의존해야 한다.
메리츠금융은 여타 금융지주 대비 자회사 지급보증과 지원 등으로 재무부담이 높은 편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이례적이지만 메리츠금융그룹은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 전반 투자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향후 유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메리츠금융그룹의 투자는 ‘담보’와 ‘신뢰’로 통한다”며 “그만큼 리스크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통합 이후 투자규모나 공격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어 전략 변화와 관련 위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