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전경 / 사진제공 = 한국은행
QR코드만으로 결제를 하고,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닌 새로운 결제 수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용자 확보와 가맹점 모집, 카드사와 VAN사 문제 등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처 = 한국은행 홈페이지
한국은행은 25일 총 7개 은행과 함께 ‘디지털화폐 테스트(프로젝트 한강)’ 이용자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이번 테스트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시스템' 구축 사업의 일환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며 은행 등 금융사 간 거래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경제 활동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 지급수단이다.
이번에 일반 이용자 테스트를 진행하는 '예금토큰'은 개인의 은행 예금을 기초로 발행되는 디지털화폐다.
카드 등 별도의 수단 없이 각 은행에서 개설한 전자지갑을 통해 가맹점에서의 온라인·모바일 결제와 개인 간 송금 등이 가능하다.
이번 테스트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NH농협·BNK부산은행이 참여한다.
이용자들은 참여 은행에 보유 중인 계좌를 기반으로 각 은행의 뱅킹 앱에서 전자지갑을 만들어 예금토큰을 보관, 결제도 할 수 있다.
총 테스트 참여 인원(전자지갑 수)은 최대 10만명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각 1.6만명, 기업·부산은행 각 8000명의 참가자를 받는다.
예금토큰 보유 한도는 100만원, 테스트 기간 중 예금 토큰으로의 총 전환 한도는 500만원이며 이용자들의 예금 토큰 전자지갑 개설과 사용처 결제 등 본격적인 실거래는 내달 1일부터 6월 30까지 진행된다.
한은은 테스트 참가은행들이 예금 토큰 발행 잔액 대비 7%이상의 디지털화폐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했고, 금융위는 예금 토큰에 대해 예금보험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디지털화폐 도입에 진심이라는 의미다.
예금토큰 이용자들은 서점(교보문고 전 매장, 온라인 제외), 편의점(세븐일레븐 전 매장, 무인점포 제외), 커피 전문점(이디야 커피, 부산·인천 중심 100여개 매장), 마트(농협하나로마트 6개점) 등 오프라인 상점에 더해 홈쇼핑(현대홈쇼핑, 모바일 웹 및 앱), K-POP 굿즈(COSMO, PC 및 모바일 웹), 배달플랫폼(땡겨요, 모바일 앱) 등 온라인쇼핑에서도 예금토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
거래는 모바일 앱을 활용한 QR 코드를 통해 이뤄지며, 전자지갑 발급 은행과 관계없이 대금 지급(이용자)·수취(사용처)가 가능하다.
즉, A은행 전자지갑 보유 이용자가 B은행 전자지갑 보유 사용처에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자지갑 발급에 별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상점의 유동성 관리와 수수료 부담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예금토큰에 사용 지역을 제한하도록 설정하면 각 지방자치 단체가 일정 행정구역 내에서만 유통되는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특히 국경간 지급결제에 있어 낮은 비용으로 실시간 국경간 지급결제가 가능해지면서 혁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이용자 확대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의 경우 뱅킹 앱을 활용한 전자지갑 개설과 QR결제 등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장노년층은 예금코인 등 디지털화폐를 활용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진행되는 금융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노년층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키오스크가 확산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은행 지점 감소의 대책으로 대체 점포가 논의되는 점을 고려하면 장노년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이 아직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의 조사결과 지난해 선호하는 지급결제 수단을 묻는 질문에 모바일카드를 선택한 50대 이상의 비율은 14.5%에 불과했고, 60대 이상은 3%가 채 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디지털화폐의 원활한 유통과 활용을 위해서는 교육 등 지원을 통해 장노년층의 예금코인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사용처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화폐의 대표적 장점 중 하나는 사용처, 즉 상점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매우 낮다는 점인데, 이 같은 강점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대상은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이다.
그러나 시장 상인, 소상공인 역시 연령대가 높은 경우가 많아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결제를 어려워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우려다.
사용처가 대형 마트, 프랜차이즈 등으로 제한되면 디지털화폐의 강점과 취지가 퇴색될 뿐더러 활용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QR결제가 상당히 확산된 태국의 경우도 시장이나 소상공인 매장에서는 QR 인식이 안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가,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디지털화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소상공인 사용처 확대 지원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디지털화폐 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이유다.
이에 더해 전자지갑 개설을 위해서는 은행 앱에 가입해야하므로 고객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카드업계의 경우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의 출현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경우 조사결과 2023년 기준 1인 한 달 평균 QR결제 횟수가 약 16건으로 13~14건을 기록한 카드결제 횟수보다 많았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예금토큰 확대로 카드 사용까지 줄어들 경우 경영에 어려움이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화폐가 시험 단계이므로 영향에 대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카드사와 VAN사는 예금토큰이 정규 도입에 대비한 수익다각화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