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평균 가용자본 구성은 기본자본 48%, 보완자본 48%, 자본감소분 경과조치효과 4%(생명보험 22개사, 손보사 11개사 단순평균 기준)로 구성돼 있다.
TAC 효과가 가용자본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보험사는 KDB생명, 하나생명, IBK연금보험, 푸본현대생명 등이다. 이중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TAC 효과를 제외한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각각 -26%, -41%다. 일종의 ‘자본잠식’ 상태인 것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킥스 비율 권고치(150% 이상)를 상회하기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렸다. 특히 지난해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확충해야 하는 자본이 크게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과도한 자본성증권 발행을 우려해 킥스 비율을 기존 150%이상에서 10~20%포인트 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만 기본자본 킥스 비율 도입이 예고되면서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들은 난처한 상황이 돼 버렸다.
투자자들은 보험을 포함한 각 금융업계 자본성증권에 대해 이전부터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재무건전성 등을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신용평가사들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이든, 주식 혹은 채권 투자자들의 공통점은 자본의 질적 우수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자본의 질적 우수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안정성 등이 일정 수준 혹은 그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KDB생명과 푸본현대는 여타 경쟁사 대비 내실 경영보다는 ‘실질적 부채’인 자본성증권에 크게 의존한 것이다.
현재 경과조치 후(TAC 효과 제외 포함)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곳은 푸본현대, KDB생명, IBK연금보험, IM라이프, 롯데손보, MG손보 등이다. 이들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당분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 개선을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가장 즉각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일부 금융지주 혹은 대형보험사가 최대주주 위치에 있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는 큰 폭의 자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본성증권 중에서도 스텝업 조건이 없거나 상각형인 경우 일부가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조달비용이 높아 오히려 자본확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보험사 자본확충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현저히 낮은 보험사가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도 적극 투자에 나설 주체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객들의 이탈이다. 단기적으로는 이탈 압력이 낮지만 장기적 불안감이 영향을 미치고 이는 투심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자 입장에선 결국 자본력 싸움에서 누가 강한지 여부에 집중한다”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해도 결국 최소한의 자본이 투자금을 뒷받침한다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 규제 여파로 자본확충 이슈가 부각됐지만 이전부터 자본성증권 조달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