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슬기 기자
최근 만난 유통업계 한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모두가 물고 뜯는 탓에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안타까움에 한 말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지난해 ‘티메프 사태’에 이어 올해 ‘홈플러스 사태’까지 터지면서 바람 잘 날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홈플러스 사태가 어느덧 4주 차에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갖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고, 홈플러스는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기자 역시 홈플러스가 갑작스레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 난리가 난 후로 문제점을 지적하기 바빴다. 홈플러스와 얽힌 이해관계자가 워낙 많은 데다 곳곳에서 시한폭탄처럼 의혹과 문제들이 터지면서 이를 쫓기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앞선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듣고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보니, 이는 어쩌면 유통업계 전반의 위기로 갈 수도 있는 이슈였다.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덩달아 커졌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마트는 지난해 2번의 희망퇴직을 일찌감치 진행했고, 롯데마트 역시 2021년과 2023년에 이미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여기에 홈플러스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이뿐인가. 홈플러스에 납품하던 업체들은 지난해 티메프 사태에 이어 올해도 피해를 볼까봐 마음을 졸였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선 납품 중단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편에선 홈플러스 사태로 이마트의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하고 롯데마트가 얼마나 반사이익을 볼지에 대한 보도들이 쏟아져나왔다. 단편적으로는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경쟁사들이 이득을 보는 그림이지만, 멀리 내다보면 이는 공정한 시장경제의 붕괴를 의미할 수도 있다. 양강 또는 한 업체의 독주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가 하루빨리 회생을 해야 유통업계가 다시 활기를 띠고 건강한 시장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선 긋기’에 여념이 없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김병주닫기

지난 14일 진행한 홈플러스 기자간담회 역시 경영진들의 성의 없는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론이 떠들썩하니 마지못해 형식적이나마 자리를 마련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나흘 후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답답한 점은 구체적인 해결방안 마련보다는 그저 ‘남 탓’하기만 바쁜 그들의 모습이다. 사업실적이 나빠진 데는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기업의 등장으로 소비 흐름이 바뀐 것과 오프라인 유통업계 규제 영향이 컸다며 회생절차에까지 이른 잘못(?)을 외부환경 탓으로 돌렸다. 또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조기 정상화에 어려움을 준다며 언론 탓도 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과 변명이 아닌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기업회생절차 과정에 대한 의문 또한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힘들다며 남 탓할 시간에 자신들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해결 의지를 가지라는 얘기다.
유통업계는 말한다. 지난해 ‘티메프 사태’에 이어 ‘홈플러스 사태’까지, 이를 통해 소비가 침체되고 시장이 부침을 겪는다면 업황이 다시 활기를 띠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미 “홈플러스 부도 난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회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파급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창립 28주년을 맞는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업계 2위의 기업이다. 전통의 유통 강호로 업계 맏형 격이다. 그런 만큼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가 조속히 회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