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연수 한컴 공동대표

한국금융신문이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활용해 한컴 누적 총주주환원율(TSR)를 산출했다. TSR는 일정 기간 주가변동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한 값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주주가 회사 주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 기간은 김연수 대표가 취임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4년간이다.
분석 결과 최근 4년간 한컴 누적 TSR는 16.55%로 집계됐다. 2021년 초 한컴 주식을 1000만원어치 매입했다면 지난해 말 기준 평가액이 1165만원 정도라는 얘기다. 같은 기간 한컴과 마찬가지로 AI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한 국내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 누적 TSR은 각각 –30.55%, –50.80%로 나타났다. 두 빅테크에 투자했다면 오히려 손해를 봤다.
한컴의 이 같은 성장은 김연수 대표 취임 후 진행된 강력한 체질 개선 효과라는 평가다. 김연수 대표는 오너 2세 경영자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아버지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한컴에 입사했다. 해외사업총괄, 전략기획실장, 성장전략부문 대표 등을 거처 지난 2021년 한컴 공동 대표에 올랐다.
김연수 대표 이전 한컴은 블록체인, 메타버스, 위성 등 신사업 등을 추진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사업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를 주도한 김성철 회장이 가상자산 시세조종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까지 받으며 위기에 몰렸다.
김연수 대표는 2022년부터 회사 전면에 본격 나서며 기업 재편에 집중했다. 먼저 AI, 클라우드 중심 기업으로의 변화를 서둘렀다. 메타버스, 위성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도 과감히 정리했다. 한컴은 지난 2022년 한컴MDS,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 등 11개 자회사를 매각·청산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클라우드와 AI에 투자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한컴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42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 42% 급감했다. 회사 정리와 사업 구조 개편으로 인한 손상처리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였다. 실제 당시 한컴의 TSR도 –34.75%를 기록하며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했다.
한컴은 2023년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며 연결기준 매출 2711억원, 영업이익 342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한글 시리즈부터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웹 기안기, 웹한글 등 SaaS 제품들을 앞세워 공공 분야 디지털 전환 수요를 선점한 것이 주요했다.
지난해 김연수 대표는 책임경영 일환으로 지주사 사내이사에 자원하는 한편 자신이 대표를 겸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 ‘다토즈파트너스’를 통해 AI 등 신사업 투자까지 진두지휘하며 그룹 쇄신과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연수 대표는 지난해 초 생성형 AI 스타트업 기업 포티투마루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이어 스페인 AI 생체인식 기업 ‘페이스피’에도 투자를 단행하는 등 AI 사업 확대에도 나섰다.
이와 함께 ▲문서에서 AI 데이터를 추출하는 ‘한컴 데이터 로더’ ▲AI 자동문서 작성 기능을 추가한 ‘한컴독스 AI’ ▲AI 질의응답 설루션 ‘한컴 도큐먼트 QA’ ▲AI 활용 지능형 문서 작성 도구 ‘한컴 어시스턴트’ 등 AI 기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한컴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048억원, 영업이익 40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2023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클라우드 SaaS 사업 매출 비중은 2023년 9.3%에서 지난해 27%까지 확대됐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한컴 TSR도 78.68%를 기록하며 2년 새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한컴은 올해 클라우드 사업을 비롯해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을 앞세워 공공 부문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성과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자체 개발 AI 솔루션을 경기도, 한국전력, BGF리테일 등에 최적화하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삼성SDS 컨소시엄과 함께 국회의원들이 효율적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AI 국회) 구축 1단계 사업’을 수주하는 등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컴은 연말 정국 혼란 속 공공부문 사업 수주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최근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1단계 사업에서 첫 수주에 성공했다”며 “이를 발판으로 수주 성과를 지속 확대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한컴 클라우드 매출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올해 별도 기준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한 586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클라우드도 공공 부문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