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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쏠림’ ‘매도가뭄’…韓 증권사 리포트 ‘반쪽’ [증권 줌인]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5-03-24 00:00

상장사 절반, 발행 리포트 ‘제로’
스몰캡 정보 한계…AI 활용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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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쏠림’ ‘매도가뭄’…韓 증권사 리포트 ‘반쪽’ [증권 줌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개인투자자 1400만 시대에 증권사 리포트가 대형주 일색에서 탈피해 스몰캡(중소형주)까지 커버리지를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태생적으로 숏(short) 포지션 이점이 적다는 국내 증시 특징이 있지만, 투자의견 ‘매수(Buy)’ 리포트가 대부분이란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99%는 ‘바이’ 리포트…매도 리포트 톱3 외국계 증권사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 종목 리포트(요약, 영문, 삭제, 독립리서치 제외)는 2024년 연간 기준 2만630건이다. 이 중 매도(Sell)와 사실상 '팔자' 의견인 비중축소(U/Weight) 의견 리포트는 총 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0.044%에 그친다. 매도 리포트 ‘가뭄’은 지속적인 현상으로 파악된다. 연도 별로 보면, 매도 및 비중축소 의견 리포트 비율이 ▲2021년 0.047% ▲2022년 0.037% ▲2023년 0.091%로 꾸준히 낮았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팔자' 투자의견 비율을 보면, 국내 증권사의 인색한 ‘셀 리포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 기준 최근 1년간 매도 리포트 비중이 높은 톱3 증권사는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23.3%)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17.6%)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4.6%)으로, 모두 외국계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립(Hold) 의견을 통한 보류도 사실상 범(汎) 매도 의견으로 본다면,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신영증권·iM증권(0.7%) ▲하나증권(0.5%) 정도가 ‘제로(0)’를 빗겨 갔다. 나머지 증권사 중에선 매도 의견이 전무(全無)했다.

2025년 초반 현재 국내 증권사에서 나온 매도 리포트는 한 자릿수다. 그러나, '드문 만큼' 파급력도 돋보였다. DS투자증권(2월 14일)은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낮췄다. 올해 첫 매도 리포트였다. 또, 미래에셋증권(3월 6일)은 SOOP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3월 11일)은 넥슨게임즈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조정했다. 당일 종목 주가는 9%대 떨어져 하방 압력을 받았다.

종목 리포트의 '대형주 쏠림'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가 한국거래소 상장법인 2621개사를 대상으로 2024년도 증권사 30곳(금융투자협회 등록 증권사 중 에프앤가이드 제휴사 기준)이 발행한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연중 리포트 미발행 상장법인은 1496개사로, 전체(2621개사)의 57.1%에 달했다.

법인 별로 살피면,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리포트가 74.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코스닥 기업에 대한 리포트 발행 비율은 25.4%였다. 코넥스 리포트 발행 비율의 경우는 훨씬 낮은 0.01%에 그쳤다.

규모 별로 보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라지 캡(L-cap)에 대한 리포트가 8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시총 1000억~5000억원 미만의 미들 캡(M-cap)과, 시총 1000억원 미만의 스몰 캡(S-cap) 리포트는 각각 17.1%, 2.9%로 나타났다.

독립 리서치, ‘오아시스’ 역할 임무
대형 상장사 중심의 리포트가 주류를 이루는 까닭은 다양하다. 우선, 증권사 리서치센터 수익구조가 법인 영업 및 IB(기업금융) 성과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바이 사이드(Buy side)' 자산운용사들이 시총 규모가 크고 유동성이 높은 대형주 중점 펀드로, 리서치도 대형주 유니버스를 구성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매수의견 쏠림 리포트 경향에도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린 종목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잘못 냈다가는 폭풍 민원을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개인들의 실력 자체가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정보 습득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 영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리서치의 밀도가 과거보다 떨어질 수 있는데, 자칫 개인투자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리서치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기존 증권사의 ‘빈틈’인 강소(强小)기업 발굴이 최대 목표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의 공동출연으로 설립된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의 경우, 2024년에 코넥스 상장사 리포트를 51건 발행했다. 시총 5000억원 미만 중소형 기업 정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는 마중물 임무를 맡고 있다.

AI 애널리스트 영토 확장…휴먼과 ‘어깨동무’
대형사 중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 2024년 애플, 스타벅스, 엑슨모빌 등 미국 기업 리포트를 시작으로,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종목 실적 리뷰(Review)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AI 애널리스트를 학습시켜 시계열 분석 등을 바탕으로 리포트를 생성하고, '휴먼(human)' 금융투자분석사가 감수자 역할을 한다. 이들 AI 리포트는 매수(Buy), 매도(Sell) 등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투자의견 없음(Not rated)' 리포트다.

한국투자증권도 인공지능 리서치 'AIR'(에어)를 제공 중이다.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노하우를 학습한 인공지능 뉴스 엔진이 투자 판단에 필요한 뉴스를 선정하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다. 국내증시, 미국증시 종목 등에 대한 리포트를 매일 공급한다. 또 매주 'AIR ETF(상장지수펀드)'도 서비스하고 있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hatGPT(챗GPT) 활용 증가에 따른 자본시장 이슈' 리포트(2024년 4월)에서 “주요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들은 투자 관련 자문서비스, 리서치, 리스크 관리 등에 챗GPT를 주로 활용한다” 며 “향후 챗GPT가 맞춤형 서비스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수립이 구체화 돼야 하며, 사용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과 전문인력 양성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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