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자식이 물려받은 기업이 잘 되는 경우보단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장 고문의 과거 발언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발언은 장 고문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하며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왔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영풍 3세 장세환 부회장은 최근 한 의결권 자문사가 주관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 프록시 토크(Proxy Talk)에서 영풍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해 적극적인 호소에 나섰다.
장 부회장은 ‘영풍 부회장(vice chairman from YOUNG POONG)으로 소개됐다. 그는 미국 패퍼다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淸華)대에서 국제 MBA 과정을 이수한 중국통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 부회장은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에는 아무런 직책이 없다. 언론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영풍빌딩을 관리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며 재작년에 매출은 31억원, 영업이익 2400만원을 기록한 영풍이앤이라는 회사의 미등기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장씨 일가 3세라는 이유로 영풍의 대표 인물로서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안건들에 대한 입장을 긴 시간 설명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영풍이 충분한 경영 역량이 있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영풍이란 회사에 어떠한 직도 맡고 있지 않은 장 부회장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영풍을 거론하며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을 운영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주장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할 경우 영풍의 오너 일가와 경영진이 고려아연 경영에 나설 거라는 세간의 우려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런 언급을 오너 3세인 장세환 부회장이 직접 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장세환 부회장은 과거 고려아연과 영풍의 해외 영업을 담당해 온 서린상사에서 사임한 뒤 영풍의 건물관리 계열사인 영풍이앤이로 적을 옮겼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석포제련소의 경우 중대재해 리스크가 큰 탓에 장씨 일가가 직접 경영해 책임과 부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반면 영풍 측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장악할 경우 장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일부 자산 매각, 현금 배당 확대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런 배당 확대가 MBK의 단기 부채 상환을 지원하고, 영풍의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영풍 석포제련소의 손실과 환경오염 등 여러 문제를 고려아연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일정 부분 공감대로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 축소, 자산 매각, 현금 배당 확대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