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무가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사진=테무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테무가 최근 중국계 물류 대행사를 내세워 김포한강신도시에 있는 대형 물류센터를 장기 임차했다. 김포 구래동에 있는 이 물류센터는 축구장 23개와 맞먹는 크기로, 연면적 약 16만5000㎡(약 5만 평)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다. 상·저온 복합 설비도 갖췄다. 운영은 롯데그룹의 물류계열사인 롯데글로벌지스가 담당하고 있다.
해당 물류센터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인천항 등 주요 공항과 항만은 물론 서울과도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이 있다. 중국 직구 사업에 주력하던 테무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은 물론 한국에서 추진 중인 로컬 투 로컬(Local to Local, 이하 L2L) 모델 사업도 더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다. L2L 모델은 한국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자체 주문 처리와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다.
C-커머스 기업이 한국시장에 물류센터를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2억 달러(약 2924억 원)를 투자해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테무가 먼저 물류센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테무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은 물론 배송경쟁력까지 갖추면서 한국 내 사업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그간 국내 이커머스는 C-커머스의 진출이 공격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국내 시장을 위협할 수준의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테무가 물류센터 확보를 통해 배송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C-커머스와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테무의 공세가 특히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된 것은 최근 미국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에버21’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에버21의 운영사는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을 통해 파산보호(챕터 11) 절차를 시작했다. ‘챕터 11’은 기업이 법원의 감독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절차다.
WSJ은 포에버21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 쉬인 등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고 했다. 미국은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의 물품에는 ‘최소 기준 면제’를 적용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간 미국에서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이러한 제도를 이용해 미국 시장을 잠식해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해외기업은 이런 규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의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 없다”며 “국내 사업자끼리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거대 자본을 보유한 C-커머스의 공세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배송 서비스’를 최우선순위로 삼고, 모두가 배송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은 당연시된 데다 주말배송까지 가세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물류센터 계약을 갓 마친 테무지만 수도권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대규모인 만큼 국내 이커머스들이 바짝 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구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전략적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