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한컴에 따르면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의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방산 산업을 앞세워 해외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김연수 한컴 대표가 글로벌 진출 총괄로서 직접 관리한다.
마스크, 소방 장비, 방독면 등 사업을 영위하는 한컴라이프케어는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마스크 수요 증가로 큰 수혜를 입었다.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18억원과 387억원을 기록하며 문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한컴에 매출 다변화의 핵심 자회사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코로마19 특수가 해제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실적이 급락하더니 2022년에는 연간손실 13억32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에 빠졌다. 특히 2021년 한컴 오너 2세 김연수 공동대표가 경영 전반에 나서며 매각 위기까지 몰렸다.
김성철 한컴 회장의 자녀인 김연수 대표는 2022년부터 아버지가 주도했던 블록체인, 메타버스, 위성 등 본업과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특히 2022년에만 한컴MDS를 포함해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 등 11개 자회사를 매각 및 청산했다. 이를 통해 얻은 자금을 AI, 클라우드 등에 투자하며 기업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적자 자회사로 전락한 한컴라이프케어도 매각 자회사로 지명됐다. 실제로 한컴은 한컴라이프케어 매각을 위해 다양한 구매자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방산 사업이 두각을 나타내며 반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등 방산 산업의 성장성이 주목을 받으며 한컴라이프케어의 실적도 반등세를 나타냈다. 경영효율화와 함께 기존 방독면을 넘어 방산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그 결과 2023년 매출 1128억원, 영업이익 18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김선영 대표를 선임하고 방산 사업에 더욱 힘을 줬다. 김선영 대표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방위사업청 사업팀장을 거쳐 육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그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군 예편 후에는 상지대와 건국대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김선영 대표 취임 이후 한컴라이프케어는 지상레이저 표적지시기, 예비군 교전훈련체계(MILES), K77 사격지휘 장갑차 후방카메라 장착 등을 수주하며 성과를 기록했다. 방산 사업의 성과로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해 매출은 1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7%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8%, 647% 오른 75억원, 65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증가했다.
2023년 당기순손실 275억원을 기록한 모회사 한컴도 지난해 한컴라이프케어 보유지분에 대한 투자가치 평가 제고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3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 1월 미국 개인 안전 전문업체와 K3·K11 방독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초도 물량을 수주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확대를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필리핀 육군과 군복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총기 제조사인 이탈리아의 베레타(Beretta)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소총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양사는 특수작전용 기관단총과 차세대 신형 소총 등 소형 무기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기술 제휴와 국내 총기 사업 협력 등 신규 국방 프로젝트 발굴뿐만 아니라 미주, 유럽, 중동 등 해외 수출도 확대한다.
아울러 미래 전장이 위성, 드론 등의 활용이 증가하는 만큼 한컴인스페이스와 폭넓은 투자 방안을 강구해 가는 등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도 계획한다.
김성연 “올해 국방사업의 글로벌 확산을 통한 장기적인 시장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세계적인 방산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