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만기가 도래한 홈플러스 미상환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은 총 4019억2000만 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해 1월 31일부터 발행한 유동화증권이 2254억 원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1월 말부터 채권 발행이 대폭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날 진행한 현안질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생절차는 통상 2~3개월이 걸리는데 2~3일 내에 결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2월부터 1518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전부 사기가 되는 것”이라며 “변제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팔았기 때문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자금 조달이 힘드니까 대거 판매한 게 아니냐”고 했다.
홈플러스는 선을 그었다. 2월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예비평정 결과를 통보받았고, 재심의를 요청한 후 27일 오후 늦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됐다는 최종 신용평과를 통보받았다는 것. 이후 28일 오전 신영증권 담당자와 만나 신용등급이 하락된 후 유동화증권 발행 가능 여부와 발행 규모에 대해 협의를 했다. 홈플러스는 신영증권 담당자로부터 발행 가능 규모가 기존 발행금액의 4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고, 단기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판단에 토요일인 3월 1일부터 대체공휴일인 3월 3일까지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해 이튿날인 4일에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공휴일이었던 기간에 40여 가지가 되는 기업회생절차 서류를 모두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사회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하기에 이것을 단 며칠 만에 끝낸다는 건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찌감치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고,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미리 알았을 거란 의혹들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물론 발행주관사인 신영증권 역시 홈플러스가 강등 가능성을 알고도 채권을 발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홈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2023년 대비 매출이 증가하고 부채비율도 개선됐다”며 “익스프레스 매각을 위한 실사도 앞두고 있어 매각 완료 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었음을 감안,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회생절차 신청서류 준비 기간에 대해서는 “신청서류 중 관계기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서류는 법인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 등 2가지로 관공서 업무 및 거래 목적에서 정기적으로 발급받아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라며 “나머지 서류는 매달 말 준비하는 재무정산 자료 등 모두 회사 내부자료들로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정상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홈플러스 납품은 정상화 절차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현재 LG전자, 롯데칠성음료와 납품 합의가 완료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 회생 신청에 대한 의혹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사모펀드를 검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금 지급 현황을 매주 점검하고, 미지급 시 지급 명령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