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는 20일 4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3.60~4.30%로 제시했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조달된 자금은 킥스 비율 개선을 위해 쓰이며 대표주관업무는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은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금리 하락 등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전까지 자본성증권에 대해 투자자 수요는 차고 넘쳤다. 기업 신용등급 대비 각 사채 등급이 낮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자본 확충 효과를 누리고 투자자는 이자수익을 늘릴 수 있는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다소 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PF 리스크를 중심으로 금융사들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탓이다. 게다가 금리 하락으로 자산부채만기(ALM)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자본성증권 발행은 자본확충 수단 중 가장 빠르면서도 쉬운 방법으로 꼽힌다. 금융사들은 앞다퉈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기에 공급물량이 빠르게 늘자 ‘미매각’ 빈도수도 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금융사 중 올해 자본성증권 발행에서 미매각을 기록한 곳은 ABL생명, 흥국화재, 롯데손보(발행 철회), KB금융 등이다. 특히 연초에는 투자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전반적으로는 비우량등급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우량등급 및 대형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수요는 부족하지 않았다.
현대해상은 AAA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후순위채는 AA+, AA0로 스플릿(등급 불일치) 상태지만 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는지 문제일 뿐 미매각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기본자본’ 측면에서는 현대해상이 다소 불리하다. 기본자본이란 영업현금흐름, 유상증자 등 본질적인 자본을 의미한다. 자본성증권은 조건에 따라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본질적으로는 부채다.
현대해상 최대주주는 정몽윤 회장(22%)이다. 국내 대형보험사들이 대부분 지주체제를 갖추고 있거나 이에 준하는 그룹 지원 가능성에 기댈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특히 자본확충을 위한 유증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현대해상은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유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와 같이 금융사들을 둘러싼 규제 강화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후순위채 투자 매력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해당 발행사의 자본확충 등 재정건전성이 충족돼야 한다. 현금흐름이든, 증자 등 자본확충 규모가 우상향을 그릴 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자자들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이번 현대해상 수요예측에서 결정 금리 수준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대해상 후순위채는 우선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물량 측면에서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초우량등급이기 때문에 미매각 가능성은 낮지만 기본자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등급 내에서도 실적추이와 자본확충 수단 등에 따라 수요예측 결과가 미묘하게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