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 보령 대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1980~1990년대생 젊은 임원을 전진 배치했다. 사업 분야도, 인사도 제약업계에선 보기드문 파격적인 시도다. 지난해 설립한 우주사업 법인이 최근 출자를 마무리한 가운데 김 대표의 경영행보 또한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해 1월 우주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 우주정거장 개발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합작,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를 설립했다.
눈에 띄는 건 브랙스 스페이스의 경영진들이다. 먼저 최고경영자(CEO) 자리엔 임동주 뉴포트폴리오인베스트먼트(NPI) 그룹장이 앉았다.
임동주 대표는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을 졸업하고 투자, 경영전략컨설팅 업계를 거쳐 2021년 보령에 합류했다. 임 대표는 그간 액시엄 스페이스 투자를 비롯한 보령의 우주사업 실무를 총괄해왔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는 이호 변호사가 선임됐다. 이호 변호사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무법인 세종과 위어드바이즈에서 경력을 쌓은 M&A 및 기업자문 전문가다. 이 변호사는 2023년 보령에 입사해 투자 검토, 재무, 회계 및 법무를 총괄하는 전략운영그룹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젊은 나이다. 임동주 대표와 이호 변호사 모두 30대다. 제약업계 경영진들 중에선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특히 임동주 대표는 보령에서의 직급이 임원이 아닌 직원(매니저)이다. 경륜을 중요시하는 기존 제약업계 인사 관행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보단 능력 위주로 등용하겠단 김 대표의 인사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 젊은 인재들에게 큰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대표는 지난 2023년 서한을 통해 "제약사업과 마찬가지로 ‘휴먼 인 스페이스 사업(우주 스타트업 발굴 사업)’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인재들이 이미 보령 내에 있다"며 "케어인스페이스사업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이런 인재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젊음'과 '우주'라는 교집합에 속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김성진 보령 최고전략책임자(CSO)다.
그는 1987년생으로, 컨설팅기업 IBM과 AT커니 등을 거쳐 2021년 보령에 영입돼 글로벌투자센터를 이끌었다. 이후 약 1년 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성진 CSO 역시 보령의 주력 신사업인 우주사업을 이끌고 있다. 액시엄 스페이스를 발굴해낸 것도 그다.
지난 2022년 그는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6000만 달러(약 780억 원)를 투자했다. 이후 브랙스 스페이스가 출범할 때도 김 CSO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알려진다. 브랙스 스페이스는 보령과 액시엄이 51:49로 공동 출자했다.
하지만 출범한 지 1년이 지나서야 막 출자를 끝낸 법인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1년간 출자 마무리가 지지부진했던 배경으론 액시엄 스페이스의 자금난이 꼽힌다. 실제 지난해 포브스는 액시엄 스페이스가 직원 100여 명을 해고하고 임금도 20% 삭감했다며 회사의 경영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또 액시엄 스페이스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우주여행과 우주복 설계에 힘을 쏟느라 핵심 연구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임동주 대표는 액시엄 스페이스의 자금난이 보령의 우주사업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칠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 내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어려움 수준이란 것이다. 임 대표는 올해 초와 내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할 우주정거장 개발 관련 계약을 따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겠단 계획이다.
임동주 브랙스 스페이스 대표는 “우주항공청 개청이 가시화된 가운데 브랙스는 민간 기업 주도로 새로운 우주사업을 개척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우주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저궤도 우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