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두홍 현대로템 CFO
현대로템 곳간지기로서 김두홍 본부장이 보낸 세월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올해 만 58세인 김두홍 본부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만 31년째 일하고 있다. 서울고 졸업 후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12월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2017년 기획조정실 경영기획1팀장(상무)을 마치고 이듬해 계열사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으로 왔다. 이때 1월부터 8월 18일까지 현대파워텍 재경실장을, 8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현대다이모스 재경본부장을 겸임했다. 지난 2019년 1월 전무로 승진했다.
그가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으로 합류했을 때, 이미 회사는 463억원 당기순손실을 맞으며 적자로 전환한 상태였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25% 감소한 454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17년 말 부채비율이 187.9%로 전년 204.9% 대비 어느 정도 관리되고 있다는 거였다.
재경본부장을 처음 맡았던 2018년, 현대로템은 4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안정성이 크게 나빠졌다. 카타르 하수처리 프로젝트에서 2017년 1300억원 손실을 반영한 데 이어 2018년에도 1400억원 손실을 내며 영업손실 1962억원, 당기순손실 308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200% 아래였던 부채비율이 2018년 말에는 261.2%까지 올랐다.
김두홍 본부장은 2019년에도 막막한 한 해를 보냈다. 2019년 3분기 철도 부문에서 저가로 따낸 수주가 매출에 반영됐으며, 설계 변경에 따라 공정이 지연된 프로젝트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08년부터 A를 유지해 온 신용등급이 ‘A-/부정적’으로 떨어졌다.
2019년 말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영업손실 2799억원, 당기순손실 3557억원을 냈고 부채비율은 362.61%로 치솟았다. 2020년에 들어서자마자 신용등급이 ‘BBB+/안정적’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위기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용배 사장이 현대차증권에서 현대로템으로 오면서 김두홍 본부장과 시너지를 냈다.
이용배 사장은 첫 사회생활을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서 시작한 뼛속까지 ‘현대맨’으로 현대차 회계 팀장 및 관리실장과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김두홍 본부장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토지 재평가와 유휴부지 매각, 자회사 지분 매각, 전환사채 자본전환으로 2020년 말 부채비율을 211.81%까지 낮췄다.
특히 이때부터 수익성이 높은 방산 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약 7%포인트 높여 29.50%까지 확대했다. 그 결과 2020년 연간 영업이익 821억원, 당기순이익 22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말 방산 매출을 31%까지 끌어올렸으며, 10조원 규모 수주잔고를 확보하며 2022년 5월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회복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상환과 수주 확대에 따른 계약 부채 증가로 부채비율은 223.85%로 증가했다. 2021년 영업이익 802억원, 당기순이익 514억원에서 2022년 각각 1475억원, 1978억원으로 확대됐다.
2022년에는 폴란드 군비청으로부터 4조원 규모 K2 전차 수주를 따내면서 방산 매출 비중을 33%로 키웠다. 부채비율은 223.43%를 기록했다.
김두홍 본부장은 2022년부터 연봉 5억원 이상 고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로템은 철도와 방산에서 따낸 대규모 수주로 선수금이 유입되면서 2023년 상반기 잉여현금흐름 6400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의존도는 2021년 말 22.1%에서 2023년 5월 말 –7.5%로 하락했다. 마이너스 순차입금은 회사에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2023년 말 영업이익은 2100억원을 기록했으며, 신용등급은 ‘A/안정적’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현대로템은 창사 이래 처음 매출 4조원을 넘어섰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7% 급증한 4565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한단계 오른 ‘A/긍정적’을 받으며, 1150억원 회사채 발행을 무리 없이 마쳤다. 부채비율은 전년 218.25% 대비 55.18%포인트 하락한 163.07%를 기록했다.
현대로템은 최근 들어 주주환원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2019년까지는 당기순손실로 배당할 여력이 없었고 이듬해 흑자전환했지만 배당 재원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본격 배당에 나선 건 지난 2023년. 결산배당금으로 1주당 100원으로 총 109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주당 200원을 배당하며 배당액이 총 218억원에 달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최소 240억원에서 최대 327억원, 2026년에는 264억~491억원 규모 배당 계획을 밝혔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