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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눈치 보이긴 하지만”…제약업계, 다이소 이어 '편의점 건기식' 출시

김나영 기자

steaming@

기사입력 : 2025-03-13 17:07

동아제약·동화약품, 편의점업계와 건기식 판매 돌입
지난달 종근당, 대웅제약 등도 다이소에 건기식 납품
일부 제약사는 '약국가 눈칫밥'…"득보다 실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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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명동역점 건강 특화존 진열대. /사진=CU

CU 명동역점 건강 특화존 진열대. /사진=CU

[한국금융신문 김나영 기자] 제약업계가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과도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함께 판매한다. 최근 건기식 수요가 늘면서 유통 판로를 넓히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일부 제약사들은 약국가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유통망을 넓히기가 조심스럽단 입장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이달부터 편의점 CU에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을 납품하기로 했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제약업계와 편의점업계 모두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실제 CU는 지난해 유한양행, 종근당과 함께 내놓은 여러 이중제형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건강식품 매출이 1년 만에 137% 증가했다. 이에 명동역점엔 선제적으로 건강식품 특화존을 마련해놓고 건기식 30여 종을 판매 중인 상태다. 상반기 중엔 주요 제약사들과 논의를 거친 뒤 건기식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동화약품은 GS25와 손잡았다. 동화약품의 베트남 약국체인 법인 '중선파마'는 GS25 베트남 법인과 함께 약국과 편의점을 결합한 협업 매장 1호점을 베트남 티엔장성에 열었다.

중선파마는 GS25 편의점 공간 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까스활(活)', '홍삼 골드' 등의 동화약품 음료 제품을 비롯해 글루코사민, 비타민, 칼슘보충제, 면역강화제품, 콜라겐 제품 등이다. 동화약품과 GS25는 올해 베트남 주요 도시의 10개 이상의 점포에 '편의점 약국'을 오픈할 계획이다.

노웅호 동화약품 베트남법인장은 "GS25베트남과의 컬래버레이션 매장은 헬스케어 수요와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유통 트렌드에 발맞춘 사례"라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베트남 고객은 필수 의약품 및 건기식을 더욱 손쉽게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와 유통업계의 만남은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달 24일엔 다이소가 전국 200여 개 매장에 종근당, 대웅제약, 일양식품 등의 건기식 30여 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3000~5000원 선으로, 성분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건기식이 기존 약국에선 2만~3만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10배 저렴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약국가에선 이 같은 제약사들의 행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제약사들이 다른 유통채널에서 약국보다 저렴하게 건기식을 판매하는 모양새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 제품을 잔량 반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약사회는 입장문을 내고 "유명 제약사가 수십년간 건기식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며 "유명 제약사의 이러한 마케팅으로 인해 소비자는 생활용품점 유통 건기식이 약국보다 무조건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처럼 오인하고 있어 약국에 대한 오해와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약사들의 거센 반발에 일양약품은 결국 닷새 만에 다이소 납품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약사들이 지위를 남용해 갑질했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에 의하면,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거나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면 안 된다. 대한약사회가 제약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를 제한했다면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볼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대한약사회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제약업계도 약사들의 압박이 아예 없진 않다는 반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사와 제약사 양측 모두 이해는 되지만 약사회 측이 과한 측면이 있다. 이번에 신임 회장이 들어서면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우리 회사도 유통채널 측에서 건기식 판매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약사로부터 아예 압박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약국 눈치 보느라 쉽사리 판매망을 넓히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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