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K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 규모는 5조824억원(Tier1)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 형태지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기자본비율 등이 개선된다.
지난 2019년 KB금융의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약 4000억원에 불과했다. 불과 4년만에 1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신종자본증권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02%에서 작년 3분기말 8.50%로 크게 늘었다.
KB금융이 신종자본증권 규모를 늘린 이유는 외형확장이다. 대표적으로 2015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2020년 푸르덴셜생명(KB라이프생명) 등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자본확충은 필수다. BIS비율은 물론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수 이후에도 각종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시장조달은 지속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성증권으로 인정을 받지만 일반 회사채 대비 두 단계 낮은 등급을 받는다. 같은 규모로 자금을 조달할 때 일반 회사채 대비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높은 이유다.
이자부담에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편의성이다. 대표적인 자본조달 수단인 유상증자와 달리 회사채 발행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자금융통’이 핵심인 금융사 입장에서 빠른 자금조달과 공급은 필수이기도 하다.
‘실질적 부채’와 이자부담이 확대돼도 KB금융은 성공적인 외형확장을 통해 관련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다. 자회사들의 호실적이 배당증가로 이어지고 이자부담도 상회하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은 이익 성장 대비 몸집이 빠르게 커지면서 신종자본증권 규모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향후 현금흐름 개선폭에 따라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1월은 회사채 시장 성수기로 꼽힌다. 투자자 대비 발행사 우위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따라서 KB금융 신종자본증권 미매각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당시 KB금융이 제시한 희망금리밴드는 3.3~4.0%로 금리메리트가 크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KB금융의 외형확장과 신종자본증권 의존도를 보면 얘기는 일부 달라진다. 또 다른 자본성증권인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리스크 관리 성격이 짙다. 하지만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동시에 계열사 지원 등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KB금융의 신종자본증권 미매각은 추가 M&A나 계열지원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이 내포돼 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당시 대표주관업무를 맡은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이 시장을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우량등급을 믿고 수요규모 등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KB금융 신종자본증권 미매각을 보고 조금 놀라긴 했다”면서도 “신종자본증권을 일반 회사채 동일 등급과 비교하지만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상황과 신종자본증권 성격에 대해 조금 더 신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