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매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KDB생명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회사 편입으로 산업은행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은 당분간 매각보다는 KDB생명의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며 매각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2025년 제1차 회의를 통해 KDB생명 대주주 변경과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서,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 측은 "금융위의 대주주 변경 승인 이후 1~2개월 내 배당이 완료되면 대주주 지위를 갖게 돼 자회사 편입이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KDB생명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전신 금호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조성한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였다.
KDB생명이 결국 인수처를 찾지 못한 채 자본시장법상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최장 존속기간인 15년이 지나면서, 지난해 말 청산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85.7%의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KDB생명의 내부 체질 개선 등 기업가치 제고에 매진할 계획이며, 재매각 시기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두 차례 KDB생명 매각에 실패한 이후 2016·2017·2023·2024년에도 매각을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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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분기 기준 KDB생명의 K-ICS(지급여력)비율은 66.3%로 보험사 최소 기준인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K-ICS비율은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낸다. K-ICS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보험금 지급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당국은 K-ICS비율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 생명보험사 평균이 238%대임을 고려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K-ICS비율은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개선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용자본을 늘려야 한다.
지난해 3분기 KDB생명의 요구자본은 1조 3696억원인 데에 비해 가용자본은 9083억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도 1조 1461억원 이상의 가용자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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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억 원)
그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는 "더이상의 채권 발행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채권을 통한 KDB생명의 근본적인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사는 자본을 확대를 위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등 자본으로 인정되는 성격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KDB생명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자본이 채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KDB생명의 가용자본 중 기본자본(Tier 1)은 -2323억원, 채권 등으로 구성된 보완자본(Tier2)은 1조 1406억원이다.
이미 발행한 채권의 이자부담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본 확충 목적으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KDB생명의 자체 회복력 제고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금융부채 이자비용은 약 190억원으로, 같은 기간 누적순이익의 146%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산업은행은 올해 보험업계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으로 최대 300억원 예정이던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250억원 규모로 조정했다.
산업은행도 유상증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KDB생명에 산업은행 자금이 1조 5000억원 가량 투입된 상황에서 섣불리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증자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은 증자 시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증자 규모, 시기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향후 KDB생명의 자생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증자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는 시점에 유상증자로 등을 밀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사업 발굴·확대 등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사명을 ‘KDB산업은행’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교체하면서 자회사 사명에서도 KDB를 빼기로 했지만, KDB생명은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사명 변경에 쓰이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재매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제성장률 둔화와 금리 불확실성,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으로 보험업계 수익성이 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올해 리스크를 제대로 방어하는 것이 KDB생명 재매각의 시작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