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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 vs 영풍·MBK ‘쩐의 전쟁’ 점입가경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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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3-04 00:00 최종수정 : 2025-03-04 00:10

75년 동업 3세부터 파열음
영풍·MBK 맞서 崔 ‘승부수’
법원은 누구의 손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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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 vs 영풍·MBK ‘쩐의 전쟁’ 점입가경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을 넘어 법적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75년간 든든하게 이어오던 동업 관계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영풍 장씨·고려아연 최씨
영풍그룹은 장병희·최기호 두 가문 동업기업이다. 1949년 황해도에서 내려와 각자 사업을 하던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무역회사 영풍기업사가 그 시작이다.

1970년 석포제련소 준공을 통해 아연 제련업에 진출했고, 1974년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계열사 고려아연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다.

2세 경영 승계 이후에도 두 집안은 큰 문제 없이 공동경영을 이어갔다. 50대50으로 이어가던 지분율에는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최씨 일가에서 보유한 영풍·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정리하면서 장씨 일가와 격차가 벌어졌다.

다만 실질적으로 경영은 어느 정도 정리가 돼 있었다. 영풍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맡아 이어갔다. 영풍 2세 장형진 고문은 집안 어른들로부터 “가족끼리 무슨 일이 벌어지면 최기호 회장한테 가서 이야기해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파열음의 시작
화목했던 두 집안에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3세 경영이 본격화한 2020년 전후였다. 고려아연 측은 “최윤범 회장이 영풍 장형진 고문이 요청한 폐기물 처리를 거절한 2019년 양측 관계가 틀어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영풍 측은 “최 회장이 추진하는 신사업(트로이카 드라이브) 관련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해 고려아연 경영에 목소리를 낸 것일 뿐”이라고 다른 소리를 낸다.

최 회장이 해당 투자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차 등 우호 지분을 늘린 것도 장 고문을 자극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당시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씨 일가와 그 우호 지분이 33.2%로 영풍 장씨 일가(32%)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두 집안은 지난해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음 직접적으로 맞붙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영풍이 제안한 배당 확대 안건이 부결됐지만, 최 회장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고려아연 정관변경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최윤닫기최윤기사 모아보기범 회장은 공개적으로 영풍과 결별을 준비했다. 그 해 6월 고려아연이 서린상사(KZ트레이딩) 경영권을 장악한 것이다. 그러자 서린상사 대표로 있던 영풍 3세 장세환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금력 앞세운 영풍·MBK
영풍도 행동에 나섰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았다.

영풍·MBK 연합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분 경쟁에서 앞섰다. 공개매수 가격을 최초 66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했다. 발행주식의 7%를 사들이겠다는 조건도 삭제해 투자자 참여를 촉진했다. 동시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계획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불확실성을 부각하는 전략도 펼쳤다.

고려아연은 자금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을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끌어 쓴 상황에서 이를 “주주들 돈으로 갚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금융감독원까지 압박에 나서자 결국 최윤범닫기최윤범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유증 계획을 철회했다.

공개매수와 장내매수 등을 통해 영풍·MBK 연합이 최종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발행주식 기준 40.97%다. 최 회장과 우호지분 약 34%에 6~7%포인트 앞섰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했다.

최 회장 측은 불리한 지분율을 뒤집기 위해 상대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법원이 “임시 주총에선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제동이 걸렸다.

4개월 넘게 끌어온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영풍·MBK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최윤범 회장 ‘승부수’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 주총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려아연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에 대한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이 제안한 이사 후보 등 안건이 대부분 통과됐다. 최윤범 회장이 일단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풍 의결권이 무력화된 것은 전날 고려아연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C→영풍’ 순환출자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상법에 따르면 계열사간 상호보유 주식이 10%를 넘으면 해당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한다.

법조계에서도 이에 대한 해석이 갈린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판단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주주 편법경영을 막는 상호주 규제 도입취지를 역행한다는 정반대 해석도 있다.

영풍은 법원에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 판단은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분쟁 향방이 여기에 달린 셈이다.

후폭풍은 이제부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후유증을 겪고 있다.

우선 최윤범 회장은 분쟁 과정에서 리더십에 일부 타격을 입었다.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유상증자 등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차입금을 늘린 탓에 회사 재무구조도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영풍 장씨 일가에는 경영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풍과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동일한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려아연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홈플러스, 락앤락 등 국내기업 인수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 MBK를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주주가치 제고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의도치 않은 ‘밸류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기간 40만~50만원대를 횡보한 고려아연 주가는 이번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70만~80만원대로 확 뛰었다.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소각 등 양측이 표심을 잡기 위한 주주가치 제고안도 쏟아내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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