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로 떠오른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사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기금투자풀은 2001년 연기금, 공공기관의 여유 자금을 민간 주간운용사가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61개 기금(46조원) 및 54개 기관(16조1000억원)이 2024년 평잔 기준 총 62조1000억원 규모로 위탁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주간운용사 유효 경쟁 기반을 강화한 부분이다.
기존에는 주간운용사 선정 및 운용은 자산운용사에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자본시장법 상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한 증권사에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는 2001~2013년 삼성자산운용 이후 복수주간사를 도입해 삼성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2013~2021년), 삼성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2021~2015년)이 운용을 맡고 있다.
일정 규모의 조직과 인력, 장비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보니, 그동안 신규 운용사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한계를 지녔다.
이번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안을 바탕으로 올해 9월에는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주간 운용사 재선정에 돌입한다.
기획재정부 측은 "업계 구분 없이 입찰업체 중 상위 2개사를 주간운용사로 선정하겠다"며 "평가 기준 등 세부 선정 방안은 올해 상반기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가 내부 검토에 나서고 있다. 사업 진출 전제 조건인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는 현재 9곳(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케이프투자증권,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다.
아울러,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의 경우, 신속한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선행 조건으로 진출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므로 정부에서 등록 지원을 해준다면 실질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제도 개편에서 유효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기금 주간운용사의 경우에도, 운용사, 증권사에 모두 문호가 열려 있다. 주택도시기금의 경우 NH투자증권, 고용보험기금은 미래에셋증권, 장애인고용·임채기금 대체투자의 경우 KB증권이 주간운용사를 맡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리서치, 법인영업 역량이 운용사보다 우위에 있어 고객이 원하는 제반 서비스를 보다 높은 퀄리티로 제공할 수 있다"며 "OCIO를 위한 필수 역량인 자산배분 전략 측면에서 대형 증권사가 더 풍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대형 연기금과 공공기관, 일반법인,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 등으로부터 OCIO로 선정돼 자금을 받고 위탁 운용해 오고 있다"며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참여 시 기금 및 공공기관의 현황에 맞는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이때 IB(기업금융), PI(자기자본투자) 등과도 협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본질적으로 운용에 특화돼 있고, 다년간 노하우를 축적하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탁월하다는 강점을 지닌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며,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차별화된 운용 전략으로 대응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승부처는 결국 수익률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연기금투자풀 운용 수익률은 2024년 5.28%였다. 지난 2022년(-2.16%)에 금리상승 등에 따라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듬해인 2023년(6.67%)부터 다시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번 연기금투자풀 개편 방안에선 투자풀 수익률 제고를 위한 중장기 투자 확대가 3대 전략 중 하나로 포함됐다.
2014년 이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MMF(머니마켓펀드) 등 단기자산 투자 비중이 계속 늘면서 수익률 제고에 한계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기금은 투자 손실 시 책임에 대한 우려로 위험을 회피하고, 목표수익률을 낮게 설정해 중장기 투자에서 소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개편안에는 기금평가 항목에서 점수를 매김으로써 고수익 중장기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 인센티브를 도입토록 했다.
부동산, SOC(사회간접자본), 사모펀드 등 비전통자산으로 분류되는 대체투자 여건 개선에도 힘을 싣는다. 달러 MMF 도입도 개편안으로 제시됐다.
또 폭풍 성장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을 반영해 개별펀드로 국내 주식·채권형 ETF를 도입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운용자산(AUM, 순자산) 규모는 2025년 2월 25일 기준 188조2076억원이다. ETF 시장은 운용업계의 주요 격전지가 되고 있으며 퇴직연금 투자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주목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기금 사례를 참고해 ETF 허용범위 및 투자자산 내 제한사항 설정 등 도입 기준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