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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건설사’ 매출 목표 8조 삭제…선별수주로 내실 다지기 [건설업 긴급진단 ①]

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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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2-24 00:00 최종수정 : 2025-02-24 10:50

국내 상위 5개 건설사, 전부 ‘마이너스 성장’ 예상
지난해 대형 상장사,‘GS건설 제외’ 영업이익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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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 전경

▲ 서울 아파트 전경

[한국금융신문 한상현 기자] 국내 ‘빅5’ 건설사들이 일제히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2~3년 전 시작된 건설 경기 부진으로 착공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위 5개 건설사, 전부 ‘마이너스 성장’ 예상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매출보다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대까지 하향 조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올해 매출 목표치를 1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18조6550억원보다 2조7550억원이나 적다.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32조694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올해 매출 목표는 이보다 2조3107억원 적은 30조3837억원으로 제시했다.

대우건설의 올해 매출 목표는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10조5036억원)보다 2조원 이상 적다. DL이앤씨도 매출 목표(7조8000억원)가 지난해 매출(8조3184억원)보다 5000억원 이상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한 GS건설도 지난해 매출(12조8638억원)보다 2638억원 적은 12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초에 기업이 경영 계획을 짜면서 지난해보다 높게 성장하는 목표를 제시하는 게 일반적인데, 상위 5개 건설사가 전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5개 건설사의 올해 매출 목표를 더해도 지난해 매출 합계보다 약 8조원이 적다. 건설사들이 올해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지난해 성적표 영향도 있다.

지난해 대형 상장사, ‘GS건설 제외’ 영업이익 줄어
지난해 대다수 건설사가 물가상승 등에 따른 추가 원가 반영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대형 상장 건설사 중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어난 건설사는 GS건설이 유일하다.

GS건설은 지난해 286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에는 사고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더불어 원자잿값 인상 관련 비용도 선제적으로 반영해 38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S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2%로, 전년(-2.9%) 대비 5.1%포인트 높아졌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으나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5.4%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공정 호조로 매출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는 게 삼성물산 측 설명이다.

국내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일부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인식한 결과다.

연결 종속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년에 4조원 규모로 수주한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지난해 4분기에 처리했다는 게 현대건설 측 설명이다. 더불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 플랜트에서도 일시적 비용이 발생했다.

대우건설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6625억원) 대비 39.2% 감소한 4031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2023년 판관비가 5492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244억원으로 4.5% 줄였다. 판관비를 아꼈지만 수익성 방어에 실패한 것은 원가비용 증가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진행 현장 수 감소와 지속되는 원가율 상승 및 일부 주택현장의 일시적 추가 원가 반영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DL이앤씨의 영업이익도 전년(3307억원) 대비 18.1% 감소했다. 자회사인 DL건설의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DL이앤씨는 별도 영업이익이 2023년 2691억원에서 지난해 2570억원으로 4.5% 줄었다. 같은 기간 DL건설은 615억원에서 139억원으로 77.4% 급감했다. wDL건설 일부 현장에서 원가율 조정과 대손충당금 반영이 이뤄졌다는 게 DL이앤씨 측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인건비·자재비 인상이 초래한 수익성 하락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일감 부족으로 매출이 줄면 결국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 왼쪽부터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사진 = 각사 제공

▲ 왼쪽부터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사진 =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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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증가에 건설 착공 물량 감소…올해 매출에 직격탄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 낮은 매출 전망치를 제시한 데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사업장 수가 크게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매출은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수주 후 착공이 시작되면 이후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주액이 매출로 반영되는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건설기성(특정 시점까지의 시공 실적)은 30조4492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0.1% 줄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15.3% 감소) 이후 16년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1월 기준 국내외 현장 수가 200여 곳이 넘었지만, 올해 1월 기준으로는 170여 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대우건설도 국내 사업장 수가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2021년부터 2023년 연간 2만가구가량 분양했으나, 2024년 1만6000가구로 4000가구 가까이 물량이 줄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택 착공 물량을 줄이는 데 주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자재비 등 인상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분양이 취소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증가도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요 대형 건설사 매출 원가율이 평균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자잿값이 오르고 금융비용도 늘어난 영향이다. 통상 건설업계에서는 적정 원가율을 80%대로 본다. 공사 원가 급등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수익을 낼 여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각각 100.6%와 104.9%(잠정 실적 기준)로 집계됐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매출 원가의 비율이다. 매출 원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회사가 벌어들인 것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대부분 건설사도 매출 원가율 90% 안팎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매출 원가율이 91.2%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91.3%, 90.9%로 집계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 원가율은 89.4%, DL이앤씨의 경우 89.8%를 기록했다. 금호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은 모두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이 6개 기업의 매출 원가율은 평균 92.2%로 집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원자잿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작년 12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0.18로 5년 전인 2019년 12월(98.63)과 비교하면 32% 가까이 올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측은 “매출원가율이 90%를 넘어가는 것은 꽤 높은 것으로 볼 수 있고, 건설사들이 수익을 낼 여지가 좁아진 것”이라며 “2022∼2023년도에 시작된 공사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2023년도에 발생한 공사가 마무리될 때쯤인 올해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건설사 매출액이 최저치를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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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 질’ 건설사, 수익성 악화 우려에 선별수주 불가피
공사원가 상승요인이 올해에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른바 ‘돈 되는 사업’을 선별해 확보하는 ‘선별수주’가 올해 각 CEO들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 신년사를 보면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과거에는 수주, 영업 시 자본과 브랜드의 이점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지만 현재는 리스크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돈이 되는 사업을 구분해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양질의 시공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집중 공략으로 브랜드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역시 “다수의 성공수행 경험을 확보한 준설·항만 등 핵심사업을 선별 추진하고 LNG 등 저경쟁 사업분야에 집중함으로써 해외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비주택 건설사업의 선별수주를 공언했다.

건설사들의 옥석 가리기는 정비사업 분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1·2단지와 한남4구역의 공통점은 대단지에 사업성도 기대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둔화로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함이 더해지고 있다”며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정비사업지에서는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상현 한국금융신문 기자 h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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