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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개최하고 중국산 후판에 대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27.91~38.02% 수준으로 부과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장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최대 50일 이내 검토를 거쳐 중국 업체들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철강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2021년 44만6000톤에서 2024년 138만1000톤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중국산 후판 2021년 이후 국내산보다 20% 가량 낮은 가격으로 국내 점유율을 늘려왔다. 이에 국산 철강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수익성 훼손을 감내해야 했다. 2022년 한때 톤당 13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던 국산 후판 가격은 올해 2월 기준 9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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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억원, 자료=각사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이나 해양구조물에 사용된다. 중국산 후판이 확대된 이후 철강·조선업계 실적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2021년 합산 영업손실이 4조4500억원에 이르렀으나 2023년 흑자 3200억원을 내더니, 지난해 3조7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9조1000억원, 2022년 3조9100억원, 2023년 2조8800억원, 2024년 1조7900억원으로 3년 만에 80%나 줄었다.
특히 후판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현대제철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번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를 지난해 현대제철이 신청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날 현대제철 기업분석 보고서를 낸 유안타증권 이현수 연구원은 "이번 예비 판정은 국내 후판 가격 및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 투자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세워 현대차·기아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대할 수 있는 승부수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 신규 제철소 건립에는 약 1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데다가 작년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2조원에 불과한 현대제철이 단독으로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과 공동투자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