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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경만 KT&G 사장. /사진=KT&G
24일 KT&G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5조8626억 원)보다 0.8% 상승한 5조909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1848억 원으로 전년(1조1673억 원) 대비 1.5% 올랐고, 순이익은 전년 9224억 원에서 23.8% 뛴 1조1416억 원을 썼다. KT&G 연간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한 것은 4년 만이다. 또한, 지난해 3월 취임한 방경만 사장이 취임 첫해 일궈낸 고무적인 성과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KT&G는 경기 침체로 부진했던 내수 사업을 해외에서 끌어올렸다. 지난해 국내 궐련 매출은 1조6491억 원으로, 전년(1조6779억 원) 대비 1.7% 감소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궐련 수요가 크게 늘면서 매출이 전년 1조1328억 원에서 28.0% 증가한 1조4501억 원을 그렸다. 수출은 물론 해외 현지 법인에서의 매출이 모두 20%대가 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KT&G의 미래 사업인 NGP(Next Generation Products·전자담배) 역시 전년 7794억 원보다 소폭 오른 78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자회사 KGC인삼공사가 영위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내수 침체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이 1조3016억 원으로, 전년 1조3935억 원에서 6.6% 빠졌다. 국내 사업이 전년보다 12.4% 내린 9251억 원에 그쳤지만, 해외 사업은 11.7% 오른 37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KT&G 주력 사업 대부분이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1971년생 방경만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8년 KT&G 전신인 한국인삼담배공사에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했다. 그는 KT&G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브랜드실장과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총괄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쳤다. 방 사장은 지난해 3월 KT&G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직에 올랐다. KT&G 브랜드와 마케팅, 글로벌, 전략 등 사업 전반에서 경험을 쌓은 점이 높이 평가됐다.
KT&G의 그룹 수장 교체는 전임 백복인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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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KT&G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되면서 KT, 포스코와 같이 오너 대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으로 운영돼 왔다. KT&G 지분구조를 보면 IBK기업은행이 7.30%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공단이 6.42%로 2대주주, 나머지 절반이 넘는 57.43%가 소액주주로 구성된다. 이에 KT&G 수장이 되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방 사장은 20년 넘도록 KT&G 한곳에서만 근무했으며, 사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브랜드실장 재임 시 ‘에쎄 체인지’를 국내 점유율 1위 브랜드로 만든 게 그다. 전임 백복인 사장 때에는 수석부사장으로 호흡을 맞춰 KT&G ‘연 매출 5조’를 일궈내기도 했다.
그 결과, 방 사장은 최다 득표인 8409만 표를 얻으면서 KT&G 새 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방 사장은 대표직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KT&G를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차기 경영전략으로 ‘T·O·P(Trust, Origin, Professional)’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소통과 제품 경쟁력, 기업 전문성을 띄운 것이다. KT&G 본업이자 3대 핵심사업인(해외 궐련, NGP, 건강기능식품) 중심의 사업 강화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방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3억 원 규모의 KT&G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쳤다. 이달에는 회사 차원에서 3600억 원에 이르는 KT&G 자사주 330만 주(발행주식 총수의 2.5%)의 연내 소각을 결정했다. 또한, 3000억 원(발행주식 총수의 2%) 이상의 신규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 나아가 6000억 원이 넘는 배당을 집행해 총 1조1000억 원이 넘는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 방 사장은 첫 임기 마지막 해인 오는 2027년까지 3조70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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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사진. /사진=KT&G
우선 KT&G는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 대만 등 해외 6개 국가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은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 등 4곳에 마련했다. 회사는 현재 튀르키예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선 연내 신공장 준공을 앞둔 상태다. KT&G는 130여 개 국가에서 담배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KT&G 해외 궐련 판매량은 586억4000만 개로, 전년(531억5000만 개)보다 10.3% 늘었다. 이는 지난해 KT&G 전체 궐련 판매량(981억2000만 개)의 약 60%에 근접한다.
KT&G는 미래 잠재력이자 역점 사업인 NGP를 해외 30여 개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KT&G 대표 NGP 제품으로는 ‘릴 에이블’이 있으며, 전용 스틱은 ‘에임’이다. 지난해 KT&G 전체 NGP 스틱 판매량은 144억9000만 개를 기록, 전년(139억3000만 개)보다 4.0% 증가했다. KT&G는 글로벌 담배업체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업무협약을 맺고, 미국을 중심으로 NGP 제품의 글로벌 확산에 나섰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을 받고, 해외 전자담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방 사장의 KT&G는 모든 사업 방향과 목적지가 해외로 향하고 있다. 방 사장은 해외 비중을 높이기 위해 권역별 CIC(Company-In-Company, 사내 독립 기업)와 생산본부를 설립했다. 조직운영의 효율성과 실행력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앞서 KT&G는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연 매출 10조 달성을 목표로, 해외 비중을 전체 매출의 절반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방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연결기준 매출 5%, 영업이익 6% 이상의 성장률을 내걸었다.
아울러 방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사내 직원들과 스탠딩 테이블에서 음료와 다과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캐주얼 미팅으로 회사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성장전략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자신만의 성공 비결도 가감 없이 들려줬다. 방 사장은 국내 제조시설과 영업 기관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몽골, 대만 해외 주요 업장도 직접 찾아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귀담았다.
방경만 KT&G 사장은 “구성원과 직접 대면해 소통을 자주 갖고, 회사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더 높은 성과 창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