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9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LH가 민간 분양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이 담긴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준공 후 미분양이 2023년 말 8700호에서 지난해 말 1만7200호로 급증하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방안은 LH가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호를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LH는 기존에 편성된 기축 매입임대 예산 3000억원을 활용해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다. 매입 이후에는 ‘든든전세주택’ 제도를 활용한다. 든든전세주택은 시세의 90% 전세금으로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분양 전환을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오랫동안 준공 후 미분양까지 적체된 지역들은 그만큼 투자 수요는 물론 지역 실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 후 임대나 재매각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LH가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품질·입지·분양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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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현재 국내 정치 지형상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동력이 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현시점에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여소야대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대책이 사실상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사에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적으로 지방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 회장은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취득세·양도소득세 완화, 대출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입량이 적어 건설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현재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만 가구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입 규모가 부족해 시장 안정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매입 가격이 중요한데 과거 금융위기 당시 30~40%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건설사와 가격 조율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역별 주택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팀장은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신규 주택 공급이 계속되고 있어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도 고민이 많겠지만 건설사들이 느끼기에 수량에 있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고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실질적인 수요 대책이 제외됨에 따라 미분양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08년에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5만2000여 호에 이르자, LH를 통해 7058호를 매입한 바 있다. 국토부 측은 "앞서 미분양 주택을 사면 1가구1주택 특례를 주고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 등을 발표했으나, 추가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해서 서울 사람이 추가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살지는 의문"이라며 "LH가 직접 매입하는 것이 낫겠다는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상현 한국금융신문 기자 h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