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테무에 따르면 한국에서 로컬 투 로컬(Local to Local, 이하 L2L) 모델을 새롭게 도입한다. 이 모델은 한국 판매자 중 한국에서 재고를 보유하고 자체 주문 처리와 배송이 가능한 업체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한마디로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해 2월 국내 상품을 판매하는 ‘K-venue(케이베뉴)’를 신설한 것과 동일한 개념의 모델이다.
테무 관계자는 “L2L을 통해 국내 물류창고에서 더욱 신속한 배송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부피가 큰 상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이 테무 플랫폼에서 판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테무는 한국 판매자들을 자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모집 중이다.
그간 테무는 중국 제품을 직구 형태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L2L모델 도입을 통해 사실상 한국 시장에 직진출을 공식화했다. 테무 측은 “기존 직구 모델에서 L2L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멕시코,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여러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테무가 한국 직진출을 하게 된 배경으로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 업계는 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들이 한국 시장을 미국 관세정책 리스크의 대안으로 삼고 이미 지난해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면서 “한국 시장은 이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동남아 등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만큼 그들에게도 중요한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일찌감치 K-베뉴관을 별도로 만들고, 국내에 18만㎡(약 5만400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키로 했다. 또 2027년까지 한국 시장에 11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더해 신세계그룹의 G마켓과 동맹 관계를 구축, 국내에서 영향력을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C-커머스인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는 비슷한 성격의 모델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원조격이지만 현재 중국 내수에서는 테무가 더 잘나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테무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양사의 경쟁이 최근에는 한국으로 옮겨와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졌다.
C-커머스를 두고 품질과 유해물질, 배송, 고객 서비스 논란 등의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영향력은 꾸준히 커져가는 모습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가성비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다.
지난해 한국 국민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통해 결제한 금액은 4조2899억 원 수준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결제추정 금액은 각각 3조6897억 원, 6002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과 비교하면 85% 증가한 수치다.
한국에선 1인당 객단가도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결제한 1인당 평균 결제금액은 각각 8만8601원과 7만2770원으로 추산됐다. 전년 각사의 1인당 경제금액이 3만3622원, 4451원인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올랐다. 그간 객단가가 낮은 것이 C-커머스의 약점으로 꼽혔지만 이젠 이마저도 옛일이 됐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황 부진으로 투자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에서 테무까지 한국시장 직진출해 거대자본을 통한 마케팅을 확대한다면 국내 이커머스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