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CJ ENM은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700억원)과 3년물(8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30~+30bp(1bp=0.01%p)를 가산해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발행하며 조달된 자금은 전액 채무상환에 쓰인다. 대표주관업무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하며 인수업무에는 대신증권, 하나증권, iM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참여한다.
현재 CJ ENM의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지난 2022년부터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어 재무건전성을 악화된 상황이다. 작년 연간 잠정기준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당기순익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만 라이브시티 사업 중단에 다른 유형자산 처분손실이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순익 개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핵심은 EBITDA(한신평)와 EBIT(나신평)다. EBIT는 이자와 세금을 제외하고 감가상각비 등을 반영(차감)한 순수 영업이익을 뜻한다. 반면, EBITDA는 감가상각비를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업활동으로부터 나오는 현금흐름은 EBITDA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봐도 EBITDA가 적절하다. CJ ENM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수익 실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감가상각비가 반영된 EBIT는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EBITDA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투자대비 높은 수익을 보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 현금흐름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EBIT는 투자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CJ ENM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업계에서 EBITDA와 EBIT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오랜기간 논쟁거리였다.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EBIT)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EBITDA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이 논쟁의 정점을 찍은 인물은 다름 아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다. 버핏은 EBITDA를 가치평가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감가상각비는 현금이 지출되지 않는 비용이지만 매년 그 비용을 반영해야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EBITDA를 사용할 경우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버핏이 감가상각비를 크게 반영하지 않는 기업, 즉 고정자산 투자가 적은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IT버블당시 실제 이익이 없는 기업들이 EBITDA로 주가를 올리고 상장을 시켰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CJ ENM은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당시 실적 부진이 문제였지만 채권투자자들의 반응을 보면 EBIT에 더욱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EBITDA와 EBIT 모두 참고한다”면서도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을수록 두 지표의 격차는 줄어들기 때문에 보수적 측면에서는 EBIT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EBITDA가 기업가치를 부풀린다는 주장에 온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핵심지표보다는 참고지표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