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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
17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4116억 원) 대비 49.8% 성장한 616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09억 원으로 전년 304억 원보다 49.7% 올랐고, 순이익은 전년 591억 원에서 69.0% 뛴 999억 원을 써냈다. 하나투어의 이 같은 성과는 코로나19 팬데믹 3년의 악몽을 완벽하게 털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국내 여행업계 부동의 1위였던 하나투어는 지난 2019년 6146억 원이었던 매출이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2020년 1096억 원, 2021년 403억 원으로 매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후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매출이 서서히 회복, 2022년 1150억 원에 이어 2023년 4116억 원으로 세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수익 면에서도 2019년 75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0년 1149억 원 손실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이후로도 하늘길 중단 여파로 인해 2021년 1273억 원, 2022년 10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다행히 2023년 들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영업이익 340억 원을 달성, 4년 만에 흑자를 보게 된다.
송미선 대표는 하나투어가 자본잠식 위기에 내몰렸던 지난 2020년 3월, 전문경영인(CEO)으로 투입된 인물이다.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하나투어를 인수한 때다. 1976년생인 송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2001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로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 그는 컨설턴트로 재직하면서 IMM PE와 공동작업을 펼쳤고, 그 인연으로 하나투어 CEO직에 올랐다. 그러나 하나투어의 당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송 대표는 본업인 여행업에 자유여행을 접목한 초개인화 패키지 ‘하나팩 2.0’을 선보였다. 자사 앱에서는 인공지능(AI) 기능을 대폭 키워 2030 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나아가 송 대표는 면세와 호텔 등 부수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먼저 ‘하나팩 2.0’은 지난 2022년 5월 론칭했다. 패키지여행을 하면서도 자유여행을 하는 듯한 콘셉트로 꾸려졌다. 한식보다 현지 맛집, 숙박은 시내 중심가, 쇼핑 대신 관광 명소 등을 강조하며 여행 자체에 집중했다. 가이드나 인솔자가 전 일정을 동행해 치안 문제도 해결하고자 했다. 여행 중 팁이나 추가 경비는 일절 받지 않는다.
‘하나팩 2.0’은 소비자들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청년층까지 아울렀다. 가족이나 친구 등 4명이 모이면 소규모로 여행할 수 있는 ‘우리끼리’와 트래킹이나 다이빙을 취향껏 즐기는 ‘밍글링 투어’, 포르쉐나 크루즈를 타고 최고급으로 일주하는 ‘제우스월드’ 등도 인기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투어 전체 패키지 매출에서 ‘하나팩 2.0’ 판매 비중은 46%에 이른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하나팩 2.0’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60%까지 치솟는다. 여행을 멀리 갈수록 ‘하나팩 2.0’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송 대표는 청년층 고객 확보를 위해 자사 앱 내 AI 기능 강화에도 힘을 줬다. 대표적으로 ‘여행정보 AI’와 ‘AI 채팅 상담’, ‘하나오픈챗’, ‘하나 LIVE’, ‘AI 환불금 캘린더’ 등이다. ‘여행정보 AI’는 챗GPT를 활용한 것으로, AI가 고객과 대화 형식으로 여행 일정을 짜주는 프로그램이다. ‘AI 채팅 상담’은 고객의 예약 상품에 따라 관련 정보나 환율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두 프로그램 모두 24시간 운영하며 고객 편의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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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투어 본사
이에 하나투어 온라인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2만 명으로, 전년(99만 명)보다 23.2% 증가했다. 온라인 전체 회원 수 역시 전년(729만4000명) 대비 14.5% 늘며 835만4000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투어 패키지 이용객은 356만 명으로, 전년(259만 명)보다 37.5% 불어났다.
송 대표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사업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선 면세사업은 지난 2020년 특허권을 반납해 서울 시내와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진 철수했고, 서울권에서 운영하던 호텔 3곳과 티켓 및 식음료(F&B)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2019년 2500명이던 직원은 2021년 1180명으로, 절반 넘게 줄였다. 이후 지난해 3분기 1335명까지, 채용을 점차 늘리고 있다. 그 사이 부채비율은 2020년 461.2%에서 지난해 268.4%로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새해 송 대표는 벽두부터 캄보디아로 떠났다. 하나투어가 야심차게 선보인 신개념 패키지 ‘볼런투어(Voluntour)’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볼런투어는 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의 합성어로, 고객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행을 즐기는 콘셉트다. 송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현지 주민들을 위해 몸소 식사와 빵을 준비했다.
송미선 대표는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숙소나 경험 등 다양한 테마를 필두로 지금까지 없었던 여행을 하나투어가 이뤄주겠다”며 “우리는 임직원 모두가 단결해 코로나19를 극복한 저력이 있다. 대한민국 여행자 누구나 꿈꾸는 여행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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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오픈챗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