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작년 연결 순익 '2조 클럽'에 진입했다. 계리적 가정 변경 영향을 직격타로 받았음에도 투자이익을 2조원 이상 낸 결과다. 300조 가까이 되는 자산을 보유한 만큼 삼성생명은 매년 견실한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높은 순익을 보여주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작년 연결순익은 전년동기대비 11.1% 증가한 2조2602억원으로 작년에 이어 2조원을 넘겼다. 올해 계리적 가정 변경, 보험금 지급, 통계 반영 등 요인으로 보험손익이 5000억원대로 반토막 났지만 투자손익이 2조원 이상 발생하며 오히려 '2조 클럽'에 진입했다.
삼성생명은 300조 가까운 자산 규모를 바탕으로 1조5000억원 이상 순익을 매년 내고 있다. 본업인 보험 부문에서도 전속 설계사를 바탕으로 높은 실적을 시현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 대표였던 홍원학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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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도 '2조 클럽'에 진입하면서 삼성생명, 삼성화재 합산 4조원이 넘으면서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순익을 추월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고수익 건강보험 확대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은행 없이도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실적을 넘는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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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삼성생명
높은 보험손익을 낼 수 있는건 2만5000여명 규모 전속 설계사 판매 채널 덕분이다. 삼성생명은 2022년 4분기 2만3000명이던 설계사 수는 2023년은 2만4280명, 2024년에는 2만8998명으로 3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작년 채널별 APE를 살펴보면, 전속FC(설계사) APE는 2조323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일반GA가 5850억원, 전속대리점이 3890억원, 방카슈랑스가 4800억원, 기타채널이 83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속FC 채널 APE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30.8%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일반 GA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22.8%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APE는 3조859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4.3% 증가했다.
전체 APE가 늘어난건 홍원학 대표가 건강보험 중심 판매 전략을 펼친 덕이다. 삼성생명은 작년 건강보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다모은 S시리즈' 건강보험 상품을 분기별로 출시했다. 1분기에는 '다(多)모은 건강보험 S1', 2분기에는 '다드림플러스 건강보험', 3분기에는 치매요양보험, 4분기에는 초경증 간편 상품 'The 간편한 다모은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건강보험 실적이 증가하면서 순익에 영향을 주는 CSM도 증가했다. 삼성생명 3분기 신계약 CSM은 2조4807억원으로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인해 전년동기대비 10.5% 감소했지만 기말 CSM은 12조96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7% 증가했다.
높은 판매량에도 계리적 가정 변경 영향으로 보험손익이 작년 4분기 -6450억원으로 적자가 발생했다. 3분기까지 1조1870억원이던 보험손익이 5420억원으로 하락했다. 보험손익 하락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자산운용 역량, 배당 수익 증가, 자회사 연결효과로 투자 손익이 2조2720억원을 기록하면서 보험손익 손실을 상쇄했다. 2023년에도 투자손익은 1조1100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건강보험 수익성이 높은 만큼 건강보험 확대 전략이 순항할 경우, 삼성생명 수익성은 더 높아진다.
상품별 신계약 CSM 전환배수를 살펴보면, 작년 4분기 기준 삼성생명 사망보험 신계약 전환배수는 8배인 반면, 건강보험 신계약 CSM 전환배수는 16.4배로 2배 이상 전환배수가 크게 나타났다.
홍원학 대표는 일반 GA 채널 실적 확대를 위한 삼성화재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홍원학 대표는 손해보험사에서 실적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설계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설계매니저는 GA에 파견돼 GA 설계사들이 자사 상품을 팔 수 있도록 고객별 설계안을 지원해주는 직원이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생명 설계매니저는 4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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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삼성생명
삼성화재 보유지분을 높이기로 하면서 연결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한 상태다. 자회사 편입 전에는 별도 법인으로 지분율 15%를 넘을 수 없었으나 자회사인 경우에는 15% 이상 지분 보유가 가능해진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에 대해 "삼성화재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떨어진 K-ICS 비율 제고는 과제다. 삼성생명은 200% 이상 K-ICS 비율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주가 하락, 금리 인하, 부채 할인율 정상화에 따른 부채 증가 등으로 작년 4분기 K-ICS 비율 전망치는 200% 아래인 180%대다. 삼성생명은 적정 자본비율은 200~220% 였으나 외부 요인을 고려해 목표치를 180~190%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생명은 K-ICS 비율 제고를 위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보유주식으로 분류를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밸류업 계획 공시도 진행해야하는 상태다. 삼성화재는 지난 1월 31일 자사주 비중을 5%까지 낮추고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주주환원율 50% 이상이라는 방향성은 제시했으나 밸류업 계획은 미정인 상태다. 최근 매각한 삼성전자 지분을 배당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만 밝혔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