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보 교환이기에 당국과 오해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가까운 시일 안에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확한 조사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짬짜미'해 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이 이번 의혹의 골자다.
공정위는 4개 은행 담합 협의를 포착했다며 지난해 1월 심사보고서를 각 은행에 발송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공정위 위원들은 제재 결정 대신 지난해 11월 재심사 명령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 위원들은 "심사관과 피심인들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은행권 "LTV보다 DSR 등 다른 지표가 더 중요...담합 이유 없어"
은행들은 단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고,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정보 공유 후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경쟁 제한성도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재조사를 두고도 은행들은 공정위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담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를 줄 수 있어 사용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운을 떼며, “최근 당국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도입하면서까지 대출관리를 하고 있듯, LTV보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DSR이라 LTV 담합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하기 힘든 개념”이라고 짚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LTV 정보 교환은 리스크 관리 차원이기 때문에 이익을 보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금융당국과 은행 사이에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는데, 성실하게 조사를 임해 이런 간극을 좁혀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를 통해 4대 은행의 위법성이 입증되면 공정위가 '정보 교환 담합' 혐의로 제재를 내리는 첫 사례가 된다. 혐의 인정 시 '매출의 20%'인 과징금 비율에 따라 은행들에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반대로 이번에도 담합 과정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당국의 무리한 조사로 금융권에 혼란이 초래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은행 간의 담합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누가 얻었는가가 가장 쟁점이 될 텐데, 이번 안에서 은행들이 얻은 '이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LTV 자료 공유가 시장경쟁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더더욱 불확실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