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는 법집행기관, 비영리법인·대학교 학교법인, 가상자산거래소의 현금화 목적 매도 거래를 허용한다.
하반기에는 투자 및 재무 목적의 매매 거래를 시범적으로 허용한다. 자본시장법 상 전문 투자자인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3500개사가 대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하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허용과 관련한 정책 검토 결과를 최종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부처 기관, 민간위원 등이 참석했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2017년 정부의 규제에 따라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당시 정부는 개인에 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는 자금세탁 및 시장과열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서, 과열된 투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했다. 현재까지도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법인 명의의 실명계좌 개설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해외에서는 주요국들이 법인의 시장 참여를 폭넓게 허용하면서, 우리 역시 허용 목소리가 컸다.
가상자산위는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법인의 시장참여 이슈를 제1차 회의 논의과제로 지난 2024년 11월 선정했고, 가상자산 여건 변화에 대응한 정책방향을 모색했다. 총 12차례 분과위원회 및 실무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정책화 방안에 대한 심층 검토를 진행했다.
이번에 마련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르면, 우선, 올해 상반기부터 현금화 목적의 매도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다.
먼저, 범죄수익 몰수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검찰·국세청·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의 경우, 이미 작년 말부터 원활한 계좌발급을 지원 중이다.
기부/후원을 받는 비영리법인의 경우, 모금 및 활용 등 운용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주무 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등에 대해 올해 2분기부터 법인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한다.
아직 대부분 비영리법인은 가상자산 수령 및 현금화 기준과 절차 등이 미비한 만큼, 관계기관 TF 등을 통해 최소한의 내부통제기준 마련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수수료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서 인건비, 세금 납부 등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거래소의 대량매도 등에 따른 이용자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업자 공동의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순차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위험감수 능력을 갖춘 일부 기관투자자에 대한 투자 및 재무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적으로 파일럿 테스트로 허용한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 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총 3500여개사가 그 대상이다.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원(외감법인은 50억원) 이상인 법인이 해당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상 전문투자자는 리스크와 변동성이 가장 큰 파생상품에 투자가 이미 가능한 점, 해당 법인들은 블록체인 연관 사업 및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시범허용 범위를 선정하였다"고 전했다.
상응하는 보완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은행의 거래 목적 및 자금 원천 확인 강화, 제3의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투자자에 대한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개별 전문투자자별로 역량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최종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가 세부심사를 거쳐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회사는 제외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경우,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위험의 금융시스템 전이 우려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만큼 가상자산의 직접 매매 허용보다는 최근 금융자산의 토큰화, 블록체인 인프라 활용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활발한 점을 고려하여, 토큰증권(STO) 입법을 통한 토큰증권 발행 지원, 금융권의 블록체인 분야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국내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김 부위원장은 "현물 ETF를 도입하기 전에 논의할 부분이 많다"며 " 2단계 법안이 어느 정도 논의되면서 그 이후에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 법인의 경우, 가상자산시장 상황과 시범 허용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후, 2단계 입법과 외환·세제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가상자산위는 신규 거래지원 직후 발생하는 가격 급변동(상장빔) 현상을 방지하고, 유행에 기반한 무분별한 상장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신규 거래지원 직후 가격 급변동(상장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유통량을 확보하고,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기준을 강화하며, 심의 과정의 충실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의과정 문서화 등 거래지원 심의절차를 내실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아울러, 토큰증권 제도정비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 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토큰증권이 제도화되면 증권발행 절차 및 비용 부담 완화 등을 통해 다양한 권리를 손쉽게 증권으로 발행·유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회에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의 한 형태로 수용하고, 증권사 연계 없이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하도록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도입하는 등 토큰증권을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가상자산위원회에서는 토큰증권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하기 위해 관련 국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금융위는 즉시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DAXA(닥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TF를 구성하고,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이행을 위한 내부통제기준, 매도/매매 가이드라인 등을 신속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또 가상자산사업자, 업계 전문가 등 시장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하여 로드맵에 따른 법인 시장참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 업계 전문가 등 시장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며 "'2단계 가상자산법’과 관련해서도,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거래규제 등 실무 검토가 완료된 과제부터 가상자산위원회 논의를 속도감 있게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김 부위원장은 "토큰증권의 경우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신속한 통과를 위해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