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중일 KB캐피탈 대표이사가 기업금융과 중고차 금융 투트랙 전략으로 지난해 신한캐피탈을 제치고 금융지주계 캐피탈사 순익 1위를 달성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캐피탈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2245억원을 돌파하며 1169억원을 기록한 신한캐피탈을 제쳤다.
KB캐피탈의 순이익이 2000억원을 돌파함과 동시에 신한캐피탈의 순익이 하락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가를 나타내는 ROA는 KB캐피탈이 1.29%로 전년도보다 0.12%p 상승했다. 반면, 신한캐피탈은 같은 기간 1.43%p의 큰 하락 폭을 보이며 0.92%에 그쳤다.
기업의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가를 보여주는 ROE 역시 KB캐피탈은 9.42%로 0.85%p 성장했으나, 신한캐피탈은 9.20%p 하락한 5.18%로 나타났다.
신한캐피탈이 부동산PF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KB캐피탈이 순익 성장을 이뤄내며 순위가 뒤집혔다. KB캐피탈과 신한캐피탈 간 리스크 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이 순위를 뒤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피탈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KB캐피탈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꾸준히 늘려온 비부동산 여신 포트폴리오 덕분이다.
빈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경제시장 침체를 극복하고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진행했다. 이 전략을 통해 순익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특히, KB캐피탈의 강점인 자동차 금융 외에 기업금융 분야 확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자동차금융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속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기업금융을 확대해 왔다. 주로 PF대출, 인수금융 등으로 기업금융을 늘려왔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난해에는 유동화, 인수금융 등 비부동산 여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동차금융자산 비중은 48.9%까지 낮아졌다. 반면, 2020년 12.94%에 그쳤던 기업금융은 지난해 3분기 32.43%까지 급증했다.
늘어난 기업금융 비중을 토대로 수수료이익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익 개선을 이뤄냈다.
KB캐피탈의 수수료이익은 지난 2023년(8600억원)보다 220억원 증가한 88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당기순익이 절반 이상 떨어지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 신한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보다 61.71% 감소한 1169억원에 그쳤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2020년 신한금융그룹의 여신금융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라 오토 및 리테일 금융자산을 신한카드로 양수도했다. 리테일 취급을 하지 않게 되면서 투자, IB, 기업금융 부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캐피탈사로 거듭났다.
IB전문기업으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늘려왔다. 특히, 정운진 전 대표 체제에서 고수익 브릿지론과 IB투자를 늘리며 2022년까지는 자산 13조원, 순익 3000억원대로 급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악화로 기업금융만 보유한 신한캐피탈은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해 부동산·주식 시장 불황으로 부실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브릿지론이 자기자본의 51.8%에 달해 부동산 시장 부실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지난해 신한캐피탈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516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14.64% 감소했으나, NPL비율은 3.98%를 기록하며 2.24%p의 큰 상승 폭을 보였다.
KB캐피탈도 부동산PF 자산이 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채권 대비 비중이 11% 정도로 낮은 축에 속한다. 이에 KB캐피탈은 비교적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른 실적 저하를 피할 수 있었다.
KB캐피탈은 지난해 부동산 PF뿐만 아니라 유동화, 인수 금융 등 비부동산 여신 포트폴리오 실적을 확대했다.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지난해 리테일은 물론, 기업금융에서도 실적이 확대되는 등 먹거리 발굴 과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캐피탈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자동차금융 54.7%와 개인금융 15.9%, 기업금융 29.4%의 구성을 가지게 됐다. 지난 2022년 말 기업금융이 22.4%에 그쳤던 것에 비해 비중이 증가했다.
빈 대표가 더 이상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지난해 말에도 해당 비율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기업금융 비중을 토대로 수수료이익이 증가하면서 전체 수익 개선을 이뤄냈다.
KB캐피탈의 수수료이익은 지난 2023년(8600억원)보다 220억원 증가한 8820억원을 기록했다. 빈중일 대표가 취임 후 리테일 비중이 높았던 KB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내 기업금융 비중을 높인 결과다.
그뿐만 아니라 KB캐피탈의 강점인 자동차 금융 중 리스, 렌터카의 자산 성장을 통해 수수료 수익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 KB금융그룹의 순수수료이익 증대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자비용 증가와 더불어 건전성 관리 기조로 인한 자산 축소로 이자이익이 감소했다.
수수료이익뿐만 아니라 순이자이익도 소폭 개선했다. KB캐피탈의 지난해 순이자이익은 4588억원으로 전년(4559억원) 대비 0.64%가량 증가했다.
반면, 신한캐피탈은 유가증권 평가손실 증가와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로 순익 감소를 면치 못했다.
신한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성을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금융이 57.7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유가증권과 신기술금융자산을 더한 투자금융자산이 41.16%로 비중이 높았다.
사업포트폴리오 상 기업금융 집중도가 높은 점과 더불어 부동산PF 비중이 높아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모두 악화하자 순익이 저하된 것이다.
특히, 수익성을 담당하던 투자금융 쪽에서도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순익 하락을 견인했다. 비이자부문 중 85%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유가증권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의 유가증권 비용은 3462억원으로 전년 동기(1747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배당 등 관련 수익이 같은 기간 1.90% 줄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주식이 평가값이 내려가면서 유가증권 쪽에서 비이자이익 감소가 일어났다"며 "특히 연말 국내·외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유가증권 시장이 안 좋아지며 상장 증권이나 비상장 증권의 평가를 잘 못 받은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KB캐피탈은 올해 경제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건전성 관리 강화와 비용 절감 및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집중할 방침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는 자본효율성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입출구 관리 강화로 대손상각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판관비도 관리해 비용 효율화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캐피탈도 부실자산 정리 등 건전성 관리에 주력한다. 자산건전성 관리를 통해 충당금 전입 부담을 낮추고 건전성 지표 개선도 이뤄낼 계획이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부실 자산 매각, 자산의 재구조화 등으로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만전을 다하고 있으며, 매각과 정리 절차가 진행되면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본업의 내실을 다지고 확장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