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홍지인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정기 검사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전체 금융권에서 총 111건, 2,598억 원의 금융사고가 확인됐다. 2023년 같은 기간 금융사고가 총 90건, 1,210억 원으로 집계됐던 것과 비교하면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했다.
금융사고 건수와 금액은 최근 5년 간 증감을 반복해 왔으나, 지난해에는 3분기 만에 사고 금액이 2,59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사고 금액 총액(1,783억 원)을 초과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 2022년(3,254억 원)에 이어 사고금액이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사고 급증에 대해 “브로커 또는 직원 간 공모 등 금융 사고가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규모가 증가한 것은 물론, 건당 평균 사고 금액도 급증하는 등 대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5년간 금융사고 건수./ 자료 = 금융감독원
이미지 확대보기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된 금융사고는 각 금융사의 사고 보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2024년 중 금감원 검사를 통해 적발된 금융사고까지 고려하면 금융사고의 조직화・대형화는 더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는 “금융권은 작년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에 이어 끊이지 않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신뢰 하락은 물론 이제는 금융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윤리 의식과 역량마저 의심 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라고 못 박았다.
금감원은 금융사고가 점차 확대되는 원인으로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금융사고 지속 ▲건전성·리스크관리 경시 ▲취약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다.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한 내부통제 부실이 사고를 일으켰다는 해석이다.
이 원장은 “지주 회장 중심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 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금융사고 금액.(단위: 억원)/ 자료 = 금융감독원
이미지 확대보기지주가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그룹의 위기 대응 능력이 과대 평가됐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내 금융사들의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가 매우 취약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소법 시행 후 3년이 넘는 시간이 주어진 데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두텁게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개선하지 않았고, 오히려 단기 실적주의에 내몰린 임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연체대출을 고객 예금과 상계하면서 민법상 압류가 금지된 최저생계비까지 상계하는 등의 행태가 대표적 사례였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금융권 스스로의 철저한 조직문화 쇄신 의지와 함께 당국의 체계적 감독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복현 원장은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2024년 검사 결과 나타난 회사 별 취약점에 대해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 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 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 결과 후속 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