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내역./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 신한금융지주(AAA)는 2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AA-, 안정적: 코코본드)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희망금리밴드는 3.3~4.0%로 제시했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발행한다.
대표주관업무는 SK증권이 단독으로 담당하며 인수단에는 신한투자증권, 한양증권, 현대차증권, KR투자증권 등이 참여한다.
같은 날 메리츠화재해상보험(AA+, 안정적)은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AA0, 안정적) 발행에 나선다. 희망금리밴드는 3.8~4.3%로 제시했으며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대표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하며 인수단에는 메리츠증권과 현대차증권이 참여한다.
통상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자본성증권은 금리 하락기에 인기가 많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올해 초 KB금융지주는 405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3740억원 수요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추가 청약을 통해 물량을 채웠지만 금리는 희망금리밴드(3.3~4.0%) 최상단인 4%에서 결정됐다.
KB금융이 제시한 희망금리밴드는 신한지주와 같다. 신한지주 역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수 있지만 발행물량이 작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복병은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 후순위채는 신한지주 신종자본증권 대비 발행물량이 적고 신용등급도 한 단계 높다.
물론 금융지주와 보험사의 신용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 업태와 수익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량등급(AA급 이상)은 그 자체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신용등급 변동 이슈가 없다면 업종 등에 큰 의미를 두기도 어렵다. 같은 등급이라면 섹터별, 기업별 금리 수준에 따라 투자자 반응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메리츠화재와 동시에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신한지주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환율이 오르면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한다. 분모에 해당하는 위험가중자산이 규모가 커지면서 BIS비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1년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 수준이었다. 현재 1400원 중후반을 오가는 환율을 고려하면 금융지주의 자본확충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보험사도 환율 영향을 받지만 이보다는 ‘자산가치’ 측면 이슈가 중요하다. 보험사의 K-ICS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눠 구한다. 금리가 하락하면 만기가 긴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자산의 현재가치보다 증가한다. 분자에 해당되는 가용 자본이 줄어들면서 K-ICS 비율 또한 낮아진다.
즉, 금융지주와 보험사는 1년전과 동일한 재무상황이라도 외부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단연 자본확충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반면, 이미 발행된 자본성증권 등은 수요 메리트를 낮추게 된다.
신한지주와 메리츠화재는 금리 수준도 중요하지만 발행물량도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를 높일 수 있지만 이자비용 부담이 상당해 금리 상향조정은 제한한 상태에서 물량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신한지주와 메리츠화재는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해 더욱 이목이 쏠린다. 투자자들이 물량과 금리 중 어느 부분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지, 금융지주와 보험사별 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금융업권 전반 자본확충 이슈가 부각됐고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고려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라며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물량을 줄이거나 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후자는 자본확충 취지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성증권은 엄밀히 말해 부채이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리 상단을 제한하고 물량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