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14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 측의 수사 어려움 고려하더라도 큰 공소사실에 대한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서 형사책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소사실 모두 기각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경영권 승계,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계 부정,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재용 회장은 이후 약 4년 만인 지난해 2월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2심(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으며 약 10년 만에 사법리스크를 덜어냈다.
특히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했지만, 항소심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14 회계연도의 콜옵션 공시 내용이 다소 미흡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부정회계와 관련해 과실을 넘어 고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판결에 대해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은 만큼 결과를 뒤집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사법리스크를 벗어던진 이재용 회장은 향후 삼성전자의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 모든 재판에 출석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2022년 회장 취임 당시에도 취임식은 물론 별다른 메시지나 비전 발표 없이 조용히 보냈다.
미래 투자 등을 결정하는 이재용 회장의 활동이 제약을 받자 삼성전자도 위기론에 휩싸였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SK하이닉스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향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역전을 허용했다. 이 밖에 이재용 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파운드리 사업도 지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경영의 확실한 키잡이가 필요하다. 또 전장 자회사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된 대형 M&A도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미래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항소심 이후 오는 3월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국정 농단 관련 재판 여파로 등기이사에서 연임 없이 물러났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미등기이사로 간접 경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재판 전후 취재진의 향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재용 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