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9(위)과 기아 EV9.
현대차가 아이오닉9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편의성이다. 우선 주행거리가 더 길다. 아이오닉9은 2WD, 19인치휠 기준으로 1회 충전시 복합 532km를 달린다. AWD, 21인치를 선택해도 501km에 이른다. 주행거리가 가장 짧은 모델이 최대 501km인 EV9(2WD, 19인치)과 맞먹는다. EV9의 경우 4WD, 21인치 모델을 선택하면 443km까지 줄어든다.
아이오닉9 배터리 용량이 110.3kWh급을 장착한 결과다. EV9에는 99.8kWh 배터리가 들어갔다. 이외에도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 부품 경량화, 공력성능을 위한 디자인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내부 공간 크기도 아이오닉9가 낫다. 길이 5060mm, 너비 1980mm, 높이 1790mm, 축간거리 3130mm의 체격을 갖췄다. EV9과 비교해 축간거리는 30mm 길고, 높이는 35mm 높다. 현대차는 "동급 최대 2·3열 헤드룸과 레그룸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주행능력도 제원상으로 아이오닉9가 우위에 있다. 아이오닉9과 EV9는 각각 160kW, 150kW의 출력을 발휘하는 후륜 모터 모델을 기본으로 한다. EV9은 여기에 전륜 모터를 추가한 사륜구동(4WD) 모델 가격을 7685만원부터로 책정했다. 아이오닉9은 별도 모델 없이 전륜 모터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280만원인 HTRAC1을 추가시 합산출력은 226kW로 EV9 4WD에 밀리지만, 370만원 HTRAC2가 315kW로 EV9보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출력을 제공한다.
기아 입장에서는 EV9 가격 경쟁력 강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경쟁 모델이 없었던 지난해에도 EV9은 월 평균 판매량이 168대에 그쳤다.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탑재한 탓인지 높게 책정된 가격대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2025년형 EV9 가격은 작년 8월 정해졌다. 500만원 이상 대규모 할인이 자주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이오닉9과 비슷한 가격대에 판매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배터리 가격 하락도 전기차 가격 인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