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장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신약을 되살리는 것부터 새로운 임상 진행까지, 김 대표가 쌓인 과제들을 완수하고 올해 명예회복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텍사스대학교 MD앤더슨 암센터에서 19년간 교수로 일했다. 의료진 출신인 만큼 김 대표는 임상이행 연구, 동소이식모델 분야 등 개발 임상 분야에서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201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민간기업 경영에 뛰어들었다. 약 1년간 한미약품 부사장을 지내다 곧바로 동소이식모델 관련 기업 플랫바이오를 창업했다. 그는 지금도 플랫바이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코오롱그룹엔 지난 2020년부터 몸담았다. 그해 3월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 이듬해 6월엔 사외이사를 자진 사임하고 코오롱티슈진 최고의학책임자(CMO)로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TG-C)'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 재개를 이끌며 그룹 내 입지를 키웠다.
신약 개발 역량을 인정받은 김 대표는 2023년 3월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같은 해엔 플랫바이오를 코오롱제약과 합병시켜 회사의 2대주주(30.41%)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적자가 지속됐다.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이 11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89억 원으로 18.9% 늘었다. 순손실은 764억 원에 이른다.
실적 악화 외에도 김 대표는 지난해 갑질 논란 및 공장 화재 등 악재가 겹치면서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김 대표는 2024년 2월 술자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회식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6월, 12월엔 김천2공장에 두 차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회사는 6월 화재 보전 비용만 558억 원을 지출하며 손실을 키웠다.
올해는 김 대표에게 마지막 경영 시험대인 만큼, 신약 연구개발(R&D)과 상용화에 집중해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에게 최우선 과제는 인보사 회생 프로젝트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해 식약처 품목 허가를 따낸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하지만 2019년 7월, 허가 과정에서 세포 성분을 착각했단 이유로 출시 2년 만에 제조 및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은 곧바로 허가 취소에 대한 무효 소송을 진행했으나, 지난해 2월 2심까지 간 판결에서도 패소했다.
김 대표는 인보사 상용화를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골관절염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일본에 등록한 데 이어, 11월엔 싱가포르에 추가 등록했다.
싱가포르 특허 등록 당시 김 대표는 "이번 특허 결정은 효과가 우수한 골관절염 치료제의 유효성 평가 방법을 확립한 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싱가포르 특허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홍콩에 이은 것으로, 향후 글로벌 사업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바이오 신약 R&D에 힘을 싣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적 악화와는 상관없이 연구개발비를 늘려왔다. 2023년 코오롱생명과학의 R&D 비용은 전년 대비 9.6% 오른 149억 원이다. 매출 대비 비중으로 보면 12.0% 수준으로 한 해 전보다 4.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 129억 원, 매출 대비 14.1% 가량을 R&D에 지출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 치료제 'KLS-2031'과 항암 유전자 치료제 'KLS-3021' 등이 있다. 이 중 KLS-2031은 지난해 미국 임상 1/2a상을 끝내고 최종결과 보고서를 수령했다. 이후 김 대표는 '국제통증학회 2024(IASP 2024)'에 참가해 'KLS-2031'가 기존 적응증인 요천추 신경근병증 외에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은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케미칼 사업에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세포유전자 신약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