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에너지스 신용등급 변동요인./출처=한국기업평가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토탈, AA-)는 이날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1000억원)과 3년물(10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각각 -30~+30bp(1bp=0.01%p)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오는 2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2800억원)에 쓸 계획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대표주관 업무는 키움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하며 인수업무에는 삼성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대신증권, iM증권 등이 참여한다.
현재 화학 산업은 역내 공급량 증가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한화토탈 역시 지난 2022년 이후 마진폭이 크게 줄면서 지난 2023년에는 당기순손실로 전환됐으며 작년 9월말 기준 적자폭은 더욱 확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화토탈의 총차입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하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크게 줄면서 채무상환능력은 이전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아졌다.
현재 나이스신용평가가 제시하고 있는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은 ▲총차입금/EBITDA 4.5배 초과 지속 ▲순차입금의존도 45% 이상 지속이다. 이중 전자 부분을 충족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하고 있는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은 ▲재무안정성의 변화를 유발하는 과도한 배당 등 주주비용 발생 ▲순차입금/EBITDA 4배 이상이다. 한화토탈은 이 두 가지 요인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상태다.
한화토탈의 전신은 삼성토탈로 지난 2015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빅딜’의 결과물이다. 현재 한화토탈은 한화임팩트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스가 각각 50%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한화임팩트는 조인트벤처(JV)인 만큼 고배당 정책이 불가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화임팩트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에너지가 52.07%, 한화솔루션이 47.93%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화임팩트가 ‘한화종합화학’ 간판을 달고 있던 시절에는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각각 20.05%, 4.05%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빅딜’(2015년) 이후 한화임팩트는 단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반면, 한화토탈은 지난 2019년 초까지 1조원이 넘는 배당을 했다. 한화임팩트에 쌓이는 배당이 삼성그룹 계열사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었다.
이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의 ‘한화임팩트 동맹’은 2022년에 청산됐으며 현재의 지분구조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사실 한화토탈은 사업성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대규모 배당을 추진했다. 그간 배당성향을 보면 최소 70%대에서 100% 사이를 오갔다.
한화임팩트 모회사인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3세 경영자들이 합산 기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화에너지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한화임팩트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한화임팩트의 한화토탈에 대한 현금흐름 의존도가 90%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화토탈이 실적 악화로 배당이 제한되면 한화임팩트가 추진하는 '밸류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용도 마저 흔들리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조달비용 등이 증가할 경우 현재 운전자본 규모로 조정하고 있는 재무건전성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화임팩트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화에너지 가치가 오르고 한화그룹 3세 경영자들의 지배력도 높아진다”며 “한화임팩트의 한화토탈에 대한 투자 재원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를 보면 한화토탈은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 가치 상승을 위한 핵심인데 과도한 배당이 신용도 우려를 부추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