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 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오른쪽)
이미지 확대보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시중은행장 소집에 대한 은행권 관계자의 말이다.
이 대표는 "압박이나 강요는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은행권 라인 구축에 나섰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대 은행장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 은행권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어려울수록 힘없는 사람이 훨씬 많은 고통을 겪는다”며 “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지원 역할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일 간담회에서는 업계에서 우려한 가산금리 등에 대한 내용은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과도한 금융 간섭 우려를 의식한 듯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강제하기 위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은행권이 활동하는 데 정치권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자리"라고 간담회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민주당 측에서 밝힌 논의 안건은 ▲금융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금융의 국내 기업 지원 활성화 방안 위한 방안 등이었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가산금리나 횡재세 등은 오늘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함께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도 "민주당 측에서 요구한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 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연합회장과 6대 은행장. (왼쪽부터)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이미지 확대보기연초에 당 대표가 은행장을 소집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며, 만남 자체가 어떠한 형태로든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주요 은행장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이번 간담회 일정도 이미 은행장들의 참석이 예정돼 있던 은행연합회 이사회 직전으로 잡아, 주요 은행장들이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무위원회를 앞세웠지만, 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만난다는 것은 직접적인 채널 혹은 라인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지금은 아니더라도, 추후 직·간접적으로 요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대출금리 체계가 불투명하며 은행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고,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보험료·각종 기금 출연료 반영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료 = 국회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면서, 민생금융 관련 성과를 내기 위해 미리 은행권을 만나 포석을 마련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미 없는 만남은 없다"며 "가산금리 관련 문제가 아니더라도 민생금융 관련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은행장들의 고민이 커진 것은 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