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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보다 용기" 숏컷 변신한 김정수, 건기식으로 '제2 불닭' 만든다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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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01-21 08:08

김정수 부회장, 한경협 행사장서 '불닭 신화' 언급
삼양식품 '불닭 효과' 해외 비중 77%…시총도 1위
삼성전자 출신 외부인재 영입, '사업 다각화' 속도
김정수 "쉽지 않은 도전일수록 놀라운 진화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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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한경협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연사로 나선 모습. /사진=한국경제인협회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한경협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연사로 나선 모습. /사진=한국경제인협회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불닭볶음면으로 삼양식품 새 신화를 쓴 김정수 부회장이 길었던 머리를 숏컷으로 잘라냈다. 김 부회장은 과거 ‘우지 파동’으로 경영 위기에 몰렸던 삼양식품을 ‘수출 1조’ 기업으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심기일전의 자세로 한국인의 매운맛에 착안,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덕이다. 김 부회장이 불닭 효과에 힘입어 신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을 공략하는 등 제2의 불닭 만들기에 돌입했다.

21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김정수 부회장은 지난 10일 강원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퓨처 리더스 캠프’ 연사로 등장했다. 한경협은 1961년 창립된 민간 경제인 단체다.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로 바꿔 활동하다가 2023년 현재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경협 회장단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한경협 연단에 선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 성공 신화를 들려줬다.

그는 “불닭볶음면은 철저하게 해외를 겨냥한 제품으로, 개발 당시 너무 맵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반대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매운맛이 성공할 수 있다는 뚝심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파스타 등 국물 없는 면을 주로 먹는 서구권 국가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 어떤 레시피로든 확장하기 쉽도록 제품을 개발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리더는 두려움 아래 선택하고, 그 선택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두려움에 멈추지 말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역설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초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청양고추와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맵기로 소문난 재료들을 한데 모아 매운 라면 개발에 나섰다. 불닭볶음면은 그 이듬해 처음 등장했고, 출시 10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억 개를 찍었다. 불닭볶음면은 현재 그 종류만 17개에 이른다. 특히 김 부회장의 말처럼 국내보다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면서 K푸드 수출 최전선에 섰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전인장 전 회장의 부인이다. 삼양식품은 1961년 창립한 식용유 제조 회사였다. 전 명예회장은 1960년대 전 국민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일본에서 직접 라면 기계와 기술을 들여왔고,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탄생한다. 이후 1988년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긴다는 ‘우지 파동’에 휘말리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사건은 1995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삼양식품의 기업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30년이 흐른 지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불닭볶음면으로만 수출 1조를 넘겼다. 불닭 어머니이자 삼양식품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 덕이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소비자 사이에서 자연스레 퍼져나갔다. 유튜브 ‘영국남자’에서 불닭 챌린지가 시작됐고,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ST) 멤버 정국이 불닭볶음면을 이용한 자신만의 레시피를 선보이면서 유행을 탔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여자아이가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생일선물로 받고 오열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삼양식품은 최근 3년간 매출이 2021년 6420억 원에서 2022년 9090억 원, 2023년 1조1929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수출이 2021년 3886억 원에서 2022년 6057억 원, 2023년 8093억 원으로 날아올랐다. 지난해엔 3분기까지 매출 1조2491억 원, 수출액 9640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전년 연간 실적을 돌파했다. 불닭 효과에 삼양식품 매출의 해외 비중도 60.5%에서 지난해 77.2%로 뛰었다. 자연스레 주가도 따라왔다. 삼양식품 주가는 김 부회장 취임 당시였던 2021년 9만 원대에서 2025년 현재 70만 원대로 8배 올랐고, 시가총액은 5조를 넘기면서 식품업계 1위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사진=삼양식품

김 부회장은 지난 2022년 5월 밀양에 삼양식품 수출 전용 공장을 건립했고, 올해 상반기 제2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27년 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해외 첫 생산공장을 완공한다. 중국은 삼양식품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 누적 수출액은 3066억 원으로, 전년(1523억 원)보다 두 배 성장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23년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를 세웠다. 이어 김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상무가 지주사 전략총괄(CSO)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전 상무는 어머니 김 부회장과 함께 삼양식품 미래 신사업을 발굴한다. 2024년 3분기 기준 삼양식품의 라면 매출은 1조1470억 원으로, 전체 매출(1조2491억 원)에서 90%가 넘는다. 불닭볶음면이 삼양식품을 일으킨 일등공신이지만, 지나친 불닭 의존도가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이달 초 삼양식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김선영 신성장브랜드본부장을 영입한 것인데,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 마케팅 분야에만 약 20년간 몸담았던 인물로, 삼양식품에서는 불닭을 제외한 신규 브랜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총괄한다.

신사업에 대한 의지는 김 부회장의 최근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신규 브랜드 ‘맵(MEP)’을 태국에서 최초 공개했다. 방콕의 대형 쇼핑몰인 ‘시암 스퀘어’에서 팝업을 연 것이다. ‘맵’은 불닭과 같이 K푸드의 특징인 ‘매콤함’과 ‘맵다’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다. 매운맛이 주는 짜릿함과 즐거움, 해방감을 담아 제품으로 내놓았다. 태국인을 겨냥한 ‘그릴드 갈릭 쉬림프 라면’과 ‘블랙페퍼 치킨 라면’ 등을 선보여 동남아 시장을 겨눈다는 전략이다.

이에 더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헬스바이옴이 개발한 근력 개선 건강기능식품 소재 ‘HB05P’를 함유한 제품의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HB05P’는 한국인 산모 모유에서 분리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 균주를 기반으로 만든 건기식 소재다. 이는 장내 유익균 중 하나로 장 건강과 대사 건강을 지원한다. 체중을 관리해주거나 염증 감소, 대사 질환 예방 등 건강 개선 효과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특히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품 안정성을 인정받아 올 하반기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사업 전략으로 김 부회장은 ▲핵심역량 강화 ▲웰니스&헬스케어 ▲시너지 기반의 사업 다각화를 내걸었다. 불닭볶음면과 같은 잘되는 사업은 공장 증설로 해외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라면에서 나아가 식물성 단백질 등의 건기식 시장을 두드리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릴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연구개발(R&D)과 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콘텐츠, 물류 등 전체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라면 외 소스, 스낵, 간편식, 음료 등 주력 포트폴리오 상품을 확장하고 헬스케어 관련 카테고리를 육성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헬스케어 컴퍼니라는 새로운 가치를 개척해 나가는 여정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더욱 강하고 유연한 조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진화를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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