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이사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가 올해 혁신 키워드로 데이터, 플랫폼을 꼽았다. 본업 신용판매 외에도 수많은 고객 데이터와 플랫폼 기반 비금융·금융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는 올해 전략으로 '딥체인지'를 주문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으로, 고금리와 불확실한 국내외 상황 속에서 강력한 혁신을 선언한 것이다.
김이태 대표는 2025년 신년사에서 "딥체인지로 대내외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라며 "플랫폼·데이터 역량 지속 강화,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확장, 시장 변화와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위협과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최소한의 신용판매만 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순익이 날 수 밖에 없다"며 "신용판매를 일부러 늘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삼성카드 총 취급액은 전년동기보다 0.3% 감소한 42조277억원이다. 판매비도 감소세다.
삼성카드 판매비는 2021년 1조1918억원, 2022년 1조1684억원, 2023년 1조154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비용 절감으로 순익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삼성카드 당기순이익은 1687억원으로 전년동기(1395억원)보다 21%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그간 리스크 관리와 내실에 초점을 둔 만큼 이익체력은 타 카드사 보다 높다. 높은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삼성카드의 경영기조 변화가 예상된다. 김이태 대표는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 과장, 국제금융과 과장을 지낸 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전략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전자 전략을 지휘했다.
이후 글로벌커뮤니케이션그룹장, 삼성전자 부사장, 대외협력팀장, 글로벌미디어그룹장을 지냈다. 2023년에는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벤처투자는 반도체,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인터넷, 바이오 등 초기 기업부터 주식시장 등록직전의 기업까지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가 스타트업에 투자를 맡아온 만큼 삼성카드 신사업 발굴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매년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금융네트웍스와 삼성벤처투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삼성금융 C-Lab Outside'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작년 삼성카드는 AI 기반 데이터 활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어니스트AI를 최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했다. 삼성카드의 데이터와 어니스트AI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카드금융서비스 관련 리스크와 수요를 동시 고려한 멀티 타겟 모형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시장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루센트블록(부동산 토큰 증권 거래 플랫폼) ▲어니스트AI(AI기반 리스크 관리 및 전략 운영 솔루션 ▲케이알지그룹(상업용 임대차 월세 보증 솔루션) ▲코넥시오에이치(전자상거래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 모형 개발)의 서비스 개발을 지원했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화재·증권 등 서비스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의 개발 및 운영을 맡고 있다. 카드결제 대금 자동 이체 등의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모니모는 출시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회원수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 역시 삼성카드의 미래 먹거리다. 삼성카드는 지난 2022년 정관상 사업 목적에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CB ▲투자자문업 ▲신기술사업금융업 ▲데이터전문기관 총 5가지 신사업을 추가했다. 다만 투자자문업만 유일하게 라이센스는 취득하지 못해 미영위사업으로 남아 있다.
삼성카드는 다양한 형태로 데이터 사업에 참여했다. 2019~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해, 소상공인 창업 컨설팅과 미세먼지 소비 영향도 등의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빅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인 LINK 서비스도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최초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마케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4년 4월 링크(LINK)를 선보였으며, 2017년 9월에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효율적인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해 LINK 비즈파트너를 출시했다.
지난 2022년 4월에는 LINK 시스템에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접목해 제휴사가 마케팅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삼성카드는 강점인 빅데이터와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데이터 상품개발과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개인사업자CB업을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데이터 사업 고도화를 위한 인력도 여러 부서에 배치됐다. 데이터BIZ를 진두지휘하는 고상경 상무 지난 2017년 BIZ 애널리스트 팀장 수석, 2020년 BDA(Biz Data Analytics)센터장 상무, 2022년 데이터전략담당 상무를 지낸 '데이터 전문가'다.
AI·빅데이터는 이영희 상무가 지난 2021년부터 이끌어오고 있다. 이 상무는 경영지원, 경영혁신, 회원마케팅 등의 경력을 살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초개인화 마케팅 전략을 진행한다.
김이태 대표는 신사업을 발굴하면서 리스크 대응에도 공 들일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는 김대순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사장은 지난 30년간 삼성카드에 몸 담은 삼성카드맨으로, 주로 인사와 리스크관리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경기침체로 인한 고객 상환 능력 저하와 카드론 확대로 연체율 해소는 카드사의 핵심 과제다.
삼성카드는 이미 리스크 관리로는 업계 상위권이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은 0.94%로 전년동기(1.07%)대비 0.13%p 감소했다. 연체채권 회수에도 강하다. 같은 기간 연체채권 회수율(최대 1개월)은 64.1%에서 64.8%로 0.7%p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가 연체율 개선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카드가 연체율 관리에 강점을 보이는 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 덕분이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 개발한 평가모형을 통해 리스크를 판단해오고 있다.
김하랑 한국금융신문 기자 r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