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40.97%다. 최윤범닫기최윤범기사 모아보기 회장과 우호지분은 34% 가량으로 추정된다. MBK·영풍이 6~7%포인트 가량 앞서 있다. 다만 MBK·영풍은 의결권주식 기준 지분율이 46.7%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원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도 지분 절반 가량은 우군으로 분류되는 한화·현대차·LG화학·트라피구라·모건스탠리·조선내화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실제 주총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지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국민연금(4.51%)과 기타주주(7.89%) 선택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오늘(17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기타주주는 대부분 해외기관이고, 일부는 국내기관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선택에 영향력이 큰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윤범 및 특수관계자=17.5%
이미지 확대보기우선 고려아연 임시주총에 상정된 주요 안건부터 살펴보면 ▲집중투표제 ▲이사수 제한(19명) ▲이사후보 추천 등 세 가지다.
집중투표제는 다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선출한 이사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10주를 가진 주주는 100개 의결권을 갖는다. 의결권을 한 명의 이사 후보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도 있다. 같은 조건에서 기존 '1주=1의결권' 아래서는 10개 의결권이다. 기존 방식은 지분이 많은 대주주에게 유리하다.
이번 고려아연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을 찬성한다면 지분율이 밀리고 있는 최윤범 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안건에 대해서는 단일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최대 3%로 제한된다. 다양한 기업·기관으로 지분이 나뉜 최 회장 측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사수 제한도 최 회장 측이 상정한 안건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기타비상무이사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11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19명으로 제한된다면 7명의 새로운 이사를 뽑게 된다. 당장 이번 임시주총에서 MBK·영풍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새 이사 후보는 MBK·영풍이 14명, 최 회장 측이 7명을 추천했다. 앞서 진행할 집중투표제와 이사수 제한건 통과 여부에 따라 투표 방식과 선임할 이사 숫자 등 변수가 많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이에 대한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은 어떨까. ISS는 MBK·영풍 손을 들어줬다. 집중투표제를 반대하고,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모든 이사후보에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최 회장에 찬성 의견을 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찬성하고 MBK·영풍이 내놓은 후보를 반대한 것이다. ISS는 소액주주를 위한 집중투표제가 고려아연의 경우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의 재무·경영 성과는 최윤범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MBK·영풍이 이번에 이사회를 장악하더라도 분쟁에 의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질지 의구심이 나온다. 고려아연 직원들이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진은 성명서를 내고 "MBK·영풍의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MBK·영풍 측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 노동조합도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간담회를 갖고 '적대적 M&A'에 대한 연대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고 17일 밝혔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MBK가 고려아연을 강탈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해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저지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일터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