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건설업계가 수주한 최대 해외사업 가운데 하나인 UAE 바라카원전 4호기 전경 / 사진 = 한국전력공사
1월 중순 현재 원달러환율은 146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1년 전 134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0원 이상 올라온 상태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자국 보호무역 중심 ‘트럼프 2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내외 정세 급변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과 금리는 추가적인 급격한 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율에 민감한 해외사업 중심의 건설사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기술 수출 중심 사업은 환율이 오르면 오히려 호재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하나, 건설사들의 경우 공사대금을 전액 달러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65년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한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지난해 371억1000만 달러 수주고를 통해 누적 수주액 1조9억 달러를 기록,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1조 달러 수주액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이 중동과 아시아에 편중돼있고, 여전히 토목‧건축‧설비 시공 중심의 단순 도급에만 집중된 상태라 세부적인 기술력과 시행 능력은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수주국가별 누계 수주실적 비율 순위를 따져보면 ▲사우디아라비아 17.7% ▲UAE(아랍에비리트) 8.4% ▲쿠웨이트 4.9% ▲싱가포르 4.8% ▲베트남 4.8% 순으로, 모든 국가가 아시아인데다 전체 4분의 1가량이 중동에 쏠려있다.
이에 지난 2021년부터는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시행과 설계까지 도맡는 투자개발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및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체포로 국내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도 건설업계의 전망에 먹구름을 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번 정부 들어 우리나라는 해외수주에 있어 출혈경쟁 대신 민관이 하나가 되는 ‘원팀 코리아’를 구성, 효과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왔다.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체코 원전 수주 등 굵직한 수주 실적들이 ‘팀 코리아’의 원동력을 보여주는 예시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사실상 우리나라의 불안한 국내정세가 세계에 드러나게 됐고, 일부 국가는 우리나라를 여행주의 국가로 선포하기까지 하는 등 대외 이미지와 신인도가 매우 나빠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해외 클라이언트들은 수주 과정에 있어서 그 건설사의 모국 국내 정세를 굉장히 민감하게 바라본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 매번 좋은 평가를 얻으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로는 평가가 크게 나빠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환율 같은 경우에는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공사대금과 수익보다는 원자재 가격 이슈가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오르는 상황이 당연히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고공행진하고 있어서 건설사들 입장에서 보자면 마진율이 나날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